한자의 뜻을 풀면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의미가 있는 과하주는 조상들이 여름을 날 때 주로 애음하던 약주와 소주를 혼합한 술입니다. 경상북도 김천시는 과하주의 본 고장으로 조선 시대부터 명성이 알려졌으며 현재는 김천시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하주의 제조 배경
무더운 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갈증을 해소하는데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가 단연 인기 주류로 선호됩니다. 우리 조상들도 무더운 여름을 나는데 애음하던 술이 있었으니 바로 과하주(過夏酒)입니다. 과하주의 한자의 뜻을 풀면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과하주는 약주와 소주를 섞어 만든 알코올 도수 23도의 혼양주(混釀酒)입니다. 발효주인 약주와 증류주인 소주를 섞었으니 일종의 ‘폭탄주’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전통 조리서인 장 씨 부인이 지은 『음식디미방』과 빙허각 이 씨가 지은 『규합총서(閨合叢書)』에 과하주의 제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봄∙여름 사이에 백미 2되를 가루 내어 적당하게 개어 서늘하게 식힌다. 누룩 가루 5홉을 넣어 약주를 밑술로 넣어 맛이 써지거든 찹쌀 1말을 쪄서 식혀 같이 버무린다. 맛이 써진 후에 소주를 붓는다. 7일 만에 떠보면 맛이 좋다. 1말에 소주 20 복자씩을 넣는다. ☜
조상들은 하필이면 무더운 여름에 굳이 과하주와 같은 독한 술을 즐겼는지 궁금해집니다. 혹시 독한 술로 몸의 열기를 높여 이열치열로 무더위를 극복하려 했던 것일까? 사실 과하주를 만든 이유는 기온과 술의 보관 문제에서 비롯합니다.
지금처럼 냉장보관시설이 없었던 과거에는 날씨가 더워지면 약주를 비롯한 발효주는 빚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술 안의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술이 상하기 쉽고 보관 또한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과하주는 술의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어가면 미생물이 살 수 없다는 점을 착안하여 20도를 웃도는 도수로 만든 술입니다. 약주에 소주를 넣어 재차 숙성과정을 거쳐 소주만큼 도수를 올리되 약주의 맛과 풍미를 유지한 것입니다.
과하주의 특징
김천의 과하주가 예부터 이름난 술로 알려진 것은 김천시 남산동에 있는 과하천(過夏泉)의 샘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고 여름에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과하주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하천도 그 이름에 관련한 일화가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서 파견된 장수 이여송(李如松)이 김천을 지나면서 샘물 맛을 보고 중국 금릉 땅의 과하천 물맛과 같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후에 이 샘물을 과하천이라 불렀고, 그 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하주는 일제강점기에도 살아남은 전통주입니다. 일제는 자국에 쌀을 공급하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조선에서 대대적으로 쌀을 공출하면서 전통주의 제조를 금지했습니다. 1916년에는 일제에 의해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고구마 주정을 이용한 전대미문의 ‘희석식 소주’를 보급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주는 뛰어난 맛과 풍미로 일본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과하주는 오히려 해방 이후 주세법 개정으로 제조가 금지되었다가, 1980년대 부활하여 1987년 5월 13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자료출처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2_0&ccbaCpno=2223700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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