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각 지방마다 고유의 술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필자도 안동소주나 포천막걸리는 알고 있었는데 서울에도 대표적인 술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조선시대에 금주령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삼해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삼해주의 정의
서울의 전통주인 삼해주(三亥酒)는 이름 그대로, 돼지날을 뜻하는 해일(亥日)에 술을 빚기 시작하여 세번(三回) 술을 빚어 만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정월 해일에 처음 술을 빚고 돌아오는 다음 해일에 2차례 더 술을 빚어 만듭니다. 세 번에 걸쳐 술을 빚기 때문에 많은 양의 쌀이 사용되어, 조선시대에는 금주령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삼해주는, 발효 숙성시킨 약주와 이를 증류하여 만든 소주, 모두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정월에 담는 삼해주는, 기본으로 빚은 밑술에 2번에 걸쳐 덧 술을 부어 숙성시키는 삼양주입니다.
정월이 되면 12지(十二支) 중 맨 마지막인 돼지날을 뜻하는 해일(亥日)에 기본 술(밑술)을 빚습니다. 그리고 12일 다음 해일에 맞춰 2차례 덧 술을 해 넣고 3개월 동안 숙성시켜 완성합니다. 삼해주는 완성되기까지는 100여 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장기 숙성주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정월 첫 해일에 담가 봄이 되어 버들가지에 물이 오를 때 마신다고 하여 유서주(柳絮酒)라고도 부릅니다.
삼해주의 역사
고려시대 때부터 빚어온 것으로 알려진 삼해주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지방보다 서울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 이유는 주조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삼해주는 많은 양의 쌀이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귀한 쌀이 상당량 재료로 쓰이는 만큼 삼해주는 비싼 고급주였고 그래서 재력이 뒷받침되고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서울의 일부 계층에서 애용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일반인들도 삼해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쌀 소비가 증가하여 많은 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삼해주로 인한 쌀의 소비가 많으니 금주령을 내리라는 상소문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서울지역의 민속주로 자리 잡은 삼해주는 『동국세시기』 3월에 “소주는 공덕 옹막에서 삼해주를 빚어내는 술독에서 빚어진 천 백독의 술이 가장 이름이 있다.”라고 기록되었습니다. "공덕은 현재의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으로 과거 옹기를 굽던 가마터였으며, 가마를 사용하지 않는 겨울에는 천 백독이라고 묘사할 만큼의 많은 양의 삼해주를 빚어 약주와 소주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서울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삼해주가 장기 숙성시켜 만든 약주와 그 약주를 증류하여 만든 소주, 두 종류였다는 점과 이 둘 다 인기가 많았던 술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삼해주는 약주와 소주로 구분되어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약주는 권희자, 소주는 이동복이 기능보유자로 주조법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삼해주 제조시 주의사항
한겨울에 빚는 삼해주는 술을 빚는 기간과 술을 익히는 기간이 까다롭고 길어 자칫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삼해주의 발효방법은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완성된 술은 깨끗하고 맑으며 맛있는 향기가 특징입니다. 약주인 삼해주를 증류하여 만든 소주는 맛과 향이 깊으며 현재 삼해소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삼해주는 18도 약주인 삼해주와 45도 소주 삼해소주로 나뉘어 생산되고 있으며,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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