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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대한민국의 아들, 군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by 허브마스터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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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아들로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군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군대 생활은 다녀온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곳입니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고, 아들이 군대에 입대를 한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습니다. 부모에겐 아직도 아가 같은 군인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봅니다.

 

30년전 군인 모습
30년전 군인 모습

 

 

제대한 지 1년이 지난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이 자대에 가고 1주쯤 뒤에 휴대폰이 주어지고 중대의 밴드정보가 공유되었습니다. 


자상하고, 활동적인 중대장 덕분인지 밴드의 내용이 수시로 업데이트되어 그들의 감춰진 삶을 몰래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피자파티, 바비큐파티, 햄버거 파티... 등등. 그들의 일과와 시간을 아빠미소로 훔쳐보던 중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역하는 장병들에 대한 마지막 환송 식~(필자의 아들은 코로나로 인해 아주 간단하게 환송식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선임, 후임과의 그 끈끈한 전우애는 있는 거 같았습니다. 고생한 선임에 대한 예우, 그 자릴 대신할 후임에 대한 격려, 그리고. 따스하고, 진한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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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생각이 납니다

 

아들의 사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고, 파내어 30여 년 전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초 가을 최종 배치된 곳.


양주의 한 부대~ 여차저차 중대로 배속되어 찐 군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120여 명의 중대원이 세 개의 내무반으로 나눠 40여 명씩 마루침상을 썼습니다.

 

TV가 있던 맨 앞쪽에 노란 깔깔이를 입고 누워있던 군인 아닌 군인 같던 그들(그때는 병장이 왕이었습니다). 말년의 거드름과 게으름으로 완전무장한 중대의 최 고참들이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이 집이 어디냐고 묻기에 "서울 00입니다" 큰소리로 답했습니다. 노래할 줄 아는 거 있냐고 묻더니 다짜고짜 노래를 시켰습니다.


반은 넋이 나간 상태로. 노래를 불렀는데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얼마 전 까진 기억이 난 거 같은데)

 

전역 4개월이 남은 수원 산다는 조병장.  그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가 나의 사수였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부 사수(군대에선 아들이라고 합니다)

늘 그림자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며 PX에서 먹을 것도 사주고 챙겨주고 진짜 아버지 같이 해주었습니다.


이것저것... 생소한 군생활을 알려줬습니다. 그의 비호아래에서 적응하기 힘든 신병생활이 참 수월했었습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 첫 훈련을 할 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요즘은 행보관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인사계라고 하는 군대 살림을 맡아서 하는 저희 선임하사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저에게 아버님이 돌아가셨으니 집에 가라고 하시고 봉투 한 장을 주었습니다. 저 몰래 아침에 훈련 준비를 하던 (그 당시는 전부 제 고참들이었습니다) 전우들이 부의금을 걷은 것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전우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신병이던 제겐 보급받은 군대 모자 밖에 없었는데 제 사수가 제대할 때 쓰려고 마련한 모자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사수가 제 군복에 계급장도 직접 오버로쿠를 쳐서 달아줬습니다.
 
필자의 사수는 필자가 일병을 달기도 전에 제대를 하였습니다. 그것도 30개월을 가득 채워서~

그가 아끼던 사제조끼를 주며, 남은 군생활 너무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요령껏 잘 버티다 보면 시간 간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다음날 아침 중대원의 축하를 받으며 부대를 떠났습니다. 

30개월을 함께한 중대 후임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며 고맙다~ 덕분에 잘 있다 간다고~ 다치지 말고 잘하라고 어느덧 내 앞에 도착한 조병장은 나를 꼭 안아주며, 동생이 생겨서 좋았는데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 다치지 말고 잘해라~.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눈물이 나든지~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잘 지내세요. 형"~ 그 후로 그와 몇 번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상병말에서 병장초 즈음 불침번을 서고 있는데 새로 온 지 얼마 안 된 신병이 입에 뭘 물고 자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손수건을 재갈처럼 입에 물고 자고 있었습니다. 놀래서 녀석을 깨웠습니다.

 

툭툭

 

- 이병~~ 박 00. 
- 쉿, 너 이거. 재갈. 누가 시킨 거냐?
- 아닙니다. 이갈이가 너무 심해서 제가 그냥 물고 자는 겁니다.
- 어휴! 진짜. 불편해서 잠이~ 와? 익숙해서 괜찮다던 녀석. 
- 음. 일단. 자라. 깨워서 미안. 
- 아닙니다. 수고하십시오. 

다음날. 기상점호를 마치고 녀석의 맞선임을 불렀습니다.


- 너 니 아들. 재갈 물고 자는 거 알아?
- 네, 압니다. 하지 말라 해도. 그러네요. 
- 주의 주겠습니다.


아무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후 그날 부식 수령하러 외근 나간 김에. 약국에 들러서 "입에 무는 그런 거 있어요"?
약사가 마우스피스를 주었습니다. 군인들이 가끔 찾는다고.


일과 후 저녁에 녀석을 불러 그걸 줬습니다. 오늘부터 이거 물고 자라. 
놀래며 눈물 그렁그렁 해서. 고~ 고맙습니다. 비용은 드리겠습니다.
됐다. 얼마 안 해 그것도 불편할 텐데! 짠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녀석과 친해졌습니다. 가끔 녀석이 운전하는 차로 운행도 같이 하고 짜장면도 먹고~~
요즘은 이 덜 갈아? 네. 덕분에 많이 좋아져서 안 끼고 자도 됩니다. 저도 고마웠습니다.
 
서로 그냥저냥 지내던 어느 날 녀석은 휴가 다녀왔다고 복귀신고를 하러 왔습니다. 
양담배 한 갑과 사탕. 그리고. 작은 상자를 하나 쥐어 줬습니다. 


- 뭐야?
- 엄마가 갖다 드리라고
- 뜯어보니 고급진 지포라이터였습니다. 
- 이걸 왜?
- 지난번 도움 많이 주셨다고,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 일단 주신 거니~ 잘 쓸게. 고마워~


머쓱해서 돌아가는 녀석에게 00아~~ 오늘 근무 내가 서줄게~복귀해서 피곤할 텐데. 그냥 쉬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부대에서 마지막 추석 명절을 보내고 전역을 하기되었습니다. 
나도 선임들처럼 전역날 아침, 후임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들에게 고마움과 격려의 맘을 전하며 전역의 기쁨을 누리는데~


녀석이 앞에 서있었습니다. 울먹울먹~


-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짠 했습니다.
- 그래. 고마워. 
- 다치지 말고 무탈하게 집에 가라.


녀석의 손을 꼭 잡고. 등을 다독여 줬습니다. 눈물을 주루 룩 흘리던 녀석~


예전에 나의 조병장이 이런 마음이었겠지요?

 

 

아들의 전역을 바라보며

 

필자의 아들은 코로나로 조용히 부대에서 나왔습니다. 동기 녀석 한 명과 짐을 챙겨서 나오는데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모습을 보니 예전 어릴 때 활짝 웃으며 놀던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아주 간단한 경례를 하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차에 올랐습니다.

 

동기 녀석은 제대한 선임을 만난다고 가고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제 와이프의 걱정스러운 모습은 그 후로 사라졌었는데 이제 둘째가 또 군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집사람의 군대 우울증은 진행형입니다.

 

전에도 필자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이 군대를 갔다 오고 자식이 군대에 가거나 가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아무리 자식이 딸만 있다고 군대에 간 아이들을 비아냥거리고 이리저리 군대에 안 가게 만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입 조심하라고!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난다고 우리 군을 보내자고 하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진짜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심지어 여름에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간 우리 채 상병을 두고도 비아냥 거리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좀 심한 말을 하고 싶은데 참겠습니다.

 

제발 우리 귀중한 아들들이 안전하게 군에 갔다 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군인이라는 신분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 걸고 싸우는 신분이지만 지금은 전시도 아니고 또한 우리 아들들이 군에 자원 입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에 태어나 의무이기 때문에 가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비아냥 거리고 무슨 목숨 걸고 하라고 하는 말은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들이나 하라고 하세요. 

 

군대도 안 갔다 온 대통령을 뽑은 자들은 제발 조용히 지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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