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속 음식이야기

조선시대 품격 있는 가양주 - 안동소주

by 허브마스터 2022. 11. 14.
반응형

안동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요즘이야 찜 닭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지만 안동은 선비의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예스러운 가옥과 분위기, 엄격한 유교의 느낌, 게다가 요즘은 어느 정치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안동에서 만든 소주는 그 맛이 매우 깊습니다. 안동소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동 소주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
안동 소주

 

반응형

 

안동소주의 정의

 

멥쌀 고두밥에 밀누룩을 섞고 보름 동안 숙성한 후 증류한 경상북도 안동 지역의 술입니다.

 

 

안동소주의 역사

 

안동에는 1281년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했을 때 충렬왕 일행과 몽골군을 따라서 소주가 전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 지역 소주는 구한말까지는 가양주로 안동의 여러 가정에 전승되어 온 순곡 증류주로서 알코올 도수가 일반 술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가양주 제조 금지령이 떨어지자 가정에서 소주를 양조하기가 어려워져 전승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초기 안동의 최대 부호였던 권태연(權台淵)이 안동 주조회사를 설립하여 제비 원표 안동소주를 상품화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국외로까지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것이 세칭 안동소주가 되었으며, 이때부터 세금 징수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안동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45도로 고정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가양주 안동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30%에서 50% 정도로 유동성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1965년부터는 식량부족으로 순곡주 제조가 금지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순곡 증류주 안동소주는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일정 기간 안동 지역의 다른 몇몇 회사에서 생산한 몇 종의 소주가 모두 안동소주로 분류되었지만, 실제로는 희석식 소주였습니다.

 

그 후 1970년대에 국가 정책에 따라 경북지역의 모든 소주회사를 일원화할 때, 대구에 있던 (주)금복주에서 안동소주의 상표권을 인수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안동에서 안동소주는 차츰 잊히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국가 차원의 민속주 발굴 사업이 추진되고, 1987년 조옥화의 안동소주 양조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안동소주는 다시 역사의 무대에 새롭게 등장하였습니다.

 

안동소주 양조법의 전통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에 상품화된 안동소주와는 품질에 차이가 있습니다. 안동소주 양조 기능보유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민속주 안동소주’를 설립하였고 안동소주를 양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동소주 양조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에는 민속주 안동소주와 경쟁하는 몇 개 회사가 설립되어 안동소주를 생산했거나 지금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공인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양조하는 민속주 안동소주가 가장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속주 안동소주가 등장하던 초기에 비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는 독주 기피, 높은 가격 부담 등으로 말미암아 선호도는 이전보다 떨어진 편입니다. 이 상황에서 부드러운 소주를 표방하며 대중화를 겨냥한 ‘안동소주 일품’, 그리고 박재서가 상품화한 ‘명주안동소주’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안동소주 제조법

 

안동소주 양조과정은 누룩 만들기, 고두밥 만들기, 전술 만들기, 소주 내리기로 진행됩니다.

 

1. 누룩 만들기

 

성글게 빻은 생밀에 물을 부어 골고루 버무립니다. 잘 버무려진 밀(빻은 밀)을 누룩틀 안에 보자기를 펴고 넣어서 발로 고루 꼭꼭 밟습니다. 성형된 누룩을 약 20일 정도 서늘한 곳에서 볏짚을 깔고 그 위에서 띄웁니다. 띄운 누룩은 콩알 크기 정도로 파쇄한 후 건조시킵니다.

 

2. 고두밥 만들기

 

멥쌀을 씻어서 하룻밤(대략 12시간) 물에 담가 두었다가 건진다. 시루에 보자기를 깔고 물에 불린 멥쌀을 넣은 다음, 그 위에 삼베보자기를 덮고 찝니다. 서늘하며 바람이 잘 통하는 음지에 멍석을 깔고 무명 보자기를 펴고 고두밥을 완전히 식힙니다.

 

3. 전술 만들기

 

차갑게 식힌 고두밥을 큰 자배기에 붓고, 누룩가루와 물을 부어 가면서 손으로 버무립니다. 고두밥, 누룩, 물의 비율은 3:1:2 정도로 합니다. 고두밥과 누룩을 잘 버무려 술독에 넣습니다. 술독은 약 20℃ 정도 되는 방에 나무판자를 깔고 올려둡니다. 이 상태에서 계절이나 온도에 따라 약 13~20일 정도 숙성시킵니다. 숙성이 끝나면 노르스름하고 감칠맛 나는 전술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4. 소주 내리기

 

발효된 전술을 솥에 붓습니다. 솥에 소줏거리를 얹고 증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기가 닿는 부분에 시루번을 바르고 냉각기에 찬물을 붓습니다. 솥에 불을 때서 전술을 끓이면 증류되어 소줏고리 관으로 소주가 흘러나옵니다. 냉각기의 찬물은 데워지므로 수시로 갈아주어야 합니다.

 

 

안동소주의 특징과 의의

 

조선시대 안동에서 소주는 품격 높은 가양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주 양조법이 안동 지역 부잣집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온 듯하며, 안동 사람들은 흔히 육회 안주로 하여 소주를 마셨다는 점으로도 고급 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안동 지역에서 제사에는 소주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소주 사용을 금지한 역사적 배경도 있겠지만, 소주가 오랑캐 몽골에서 전래된 술이라는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 지역의 소주는 근대국가체제에 따라 공장제 생산품이 되면서 ‘안동소주’라는 명칭을 부여받았습니다. 그 후, 사회 변동, 문화재 정책, 지역 사회 동향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향토색을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안동소주 생산과 소비의 역사와 의미(배영동, 지방사와 지방문화9-2, 역사문화학회, 2006), 안동소주의 전래과정에 관한 문헌적 고찰(배경화, 안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9), 음식전쟁 문화전쟁(주영하, 사계절, 2000), 전통민속주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동필, 농촌경제17-2,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994), 한국 소주산업발전에 관한 사적 고찰(오성동, 경영사학18-1, 한국경영사학회, 2003), 한국소주사(김삼수, 숙명여자대학교 논문집20, 숙명여자대학교, 1980).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