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안동식혜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안동식혜에 관한 내용이 잠깐 나왔었는데 갑자기 조회수가 많이 늘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이번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지 못한 안동식혜 조리법을 추가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동식혜에 관한 이야기
안동식혜는 찹쌀로 지은 고두밥에 엿기름, 무, 고춧가루, 생강, 물을 재료로 하여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전통 음료입니다. 식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단맛의 감주와는 달리 재료에서 우러난 알싸한 향과 매콤하고 얼큰한 맛을 지닌 안동과 안동문화권에 속한 경북북부지방에만 있는 경상북도 안동시의 향토 음식입니다.
경상북도 안동지방은 예로부터 지리적 자연환경과 사회적인 환경 하에서 독특한 음식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자연환경 요인에서 안동은 태백산맥의 지맥이 동서를 지나고 경상도의 주강인 낙동강은 북부에서 중앙을 흐르고 있습니다. 농경지는 풍산평야를 제외하고는 평지가 적은 편입니다. 기후는 대부분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관계로 기온차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북쪽지방에 비해 비교적 따뜻한 안동의 음식은 양념이 많이 들어가고 간이 센 편이며 일반적으로 톡 쏘게 매우면서도 짠 것이 특징입니다.
사회적 환경 요인으로는 안동문화권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본 고장이라고 할 만큼 유교문화의 중심지로서 퇴계 이황과 같은 유명한 학자와 선비들이 다수 배출되었으며, 아직도 안동에는 그러한 유적과 유풍(儒風)이 여러 명문 반가(班家)의 후손들을 통해 보존되고 이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식혜라 하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뽀얀 빛깔의 국물에 단맛이 나서 ‘단술’이라고 불리는 감주(甘酒)류의 식혜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안동식혜는 식혜라 불리면서도 그 재료와 만드는 방법, 완성된 식혜의 모양과 맛에서도 일반 식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안동식혜는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안동 특유의 향토 음식입니다. 그 재료를 살펴보면 엿기름과 찹쌀을 주원료로 하여 고춧가루, 생강 및 무 등 여러 가지 향신료를 첨가시킨 것입니다. 만드는 방법도 다른 지역의 식혜가 고두밥에 엿기름 걸러낸 물을 섞어 따뜻한 곳에서 삭힌 다음 최종적으로 끓이는 방법과 다릅니다.
안동식혜는 고두밥에 잘게 썬 무와 고춧가루 우려낸 물, 생강즙 등을 넣은 다음 엿기름물로 버무려서 끓이지 않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발효시켜 만듭니다. 즉 안동식혜는 끓이는 과정이 없다는 것에서 다른 지역의 식혜와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끓이지 않고 발효시킨 안동식혜는 발효과정 중 생성된 유기산과 아미노산 등이 향신료와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안동식혜만이 지닌 독특한 맛과 향을 만들어 냅니다.
안동식혜가 ‘식혜’라는 전통음료의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일반적인 식혜와 다른 것은 그 유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동식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중 ‘식해유래설’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한자로 ‘食醢(식해)’로 표기하는 식해는 함경도와 강원도, 경상북도 북부 해안가 등 동해안의 해안에 위치한 지역의 전통음식입니다. 식해의 ‘해(醢)’자가 ‘젓갈, 물고기 절임’을 뜻하는 글자이듯이 식해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가자미, 도루묵, 명태, 오징어 등의 수산물 재료를 손질한 것에 조밥이나 쌀밥, 고춧가루, 무채, 생강, 엿기름, 마늘, 소금, 물엿 등을 넣어 삭혀서 반찬으로 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안동지역에도 식해가 있었습니다. 16세기 경상도 안동(安東)지방의 예안(禮安)에 살았던 선비 김유(金綏, 1481~1552)가 지은 조리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민물고기로 만든 식해의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즉 안동지방에서도 바다 생선 대신에 냇가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식해를 만들었고, 그 역사는 조선 중기 이전으로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춧가루와 엿기름의 사용이 보편화된 18세기 이후 에서야 현재의 형태와 같은 식해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안동식혜는 동해안으로부터 전해진 어식해(魚食醢)가 내륙지방인 안동에서는 바다 생선이 빠지는 대신에 채소 위주로 국물을 만들어서 발효시킨 다음 밤·배·잣 등을 고명으로 얹어 마시는 소식해(蔬食醢) 류의 후식 음료로 변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원래 식해(食醢)였으나 음료로 먹기 때문에 식혜(食醯)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안동식혜의 주요 재료가 쌀밥, 엿기름, 고춧가루, 무, 생강으로 식해의 재료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식해유래설은 설득력을 지닙니다.
안동식혜는 주로 겨울철에 만들어 먹던 음료로 안동지방에서는 섣달 그믐 무렵이 되면 식혜에 넣을 무를 써는 소리가 집집마다 났다고 합니다. 완성된 안동식혜는 설날 차례음식과 손님을 대접하는 상차림에 반드시 올라가는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시사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건강음료로 그 정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동식혜 조리법
◈ 재료: 찹쌀, 엿기름, 무, 고춧가루, 생강, 물
◈ 조리법
1. 찹쌀은 깨끗이 씻어 8~12시간 정도 불린다.
2. 엿기름을 베주머니에 넣고 물을 부어 불려 둔다.
3. 김이 오른 찜 솥에 고두밥을 찐다.
4. 무는 고운 채와 얇은 나박썰기를 한다.
5. 무는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
6.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곱게 다진다.
7. 불린 엿기름을 주물러 엿기름물을 받아 가라앉히고 윗물을 받아 둔다.
8. 엿기름물은 35℃정도로 데운다.
9. 그릇에 무와 뜨거운 고두밥을 넣는다.
10. 데운 엿기름물, 생강을 넣고 저어 항아리에 담는다.
11. 항아리 위에 소쿠리를 덮고 따뜻한 곳에서 삭힌 후 밥알이 1~2알 떠오르면 찬 곳에 둔다.
참고자료
논문: 김은향. "안동지역 향토음식에 대한 문헌 고찰과 활성화 방안 연구." 석사학위, 대구한의대학교 교육대학원, 2008.
정기간행물: 윤숙경. "安東食醯의 調理法에 關한 硏究 -調理法의 由來에 따른 史的 考察."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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