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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요리/한국의 전통음식

돼지막창에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전해지는, 예천 용궁순대

by 허브마스터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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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에는 필자는 지방에 출장을 자주 갔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거래처 사장님 말씀이 이쪽 지역(경상북도)은 고기 수요가 타 지역에 비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기와 관련된 당사 제품이 타 지역에 비해 많이 나가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돼지 막창에 소를 넣는 예천 순대는 유명합니다. 

 

예천 용궁순대
예천 용궁순대(출처-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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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순대의 정의

 

용궁순대는 돼지의 막창에 찹쌀과 선지를 비롯하여 12가지가 넘는 재료를 채워 삶아 만든 경상북도 예천군의 향토 음식입니다.

 

경상북도 예천군은 소백산맥이 지나는 경상북도 북서부의 내륙 분지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재미있는 지명과 향토음식이 전하는데 바로 예천군 용궁면(龍宮面)과 ‘용궁순대’입니다.

 

예천군이 바닷가에 위치한 지역이 아닌 데도 용왕이 산다는 용궁이 지명으로 있는 것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사실 용궁이라는 지명은 소백산에서 발원하여 예천읍과 회룡포(回龍浦)를 지나 흘러온 내성천(乃城川)과 경상북도 문경에서 내려온 금천(錦川) 등 낙동강의 두 지류와 낙동강의 세 물줄기가 합류하는 지점에 용담소(龍膽沼)와 용두소(龍頭沼)의 두 소에서 유래합니다. 예로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용담과 용두의 두 소는 깊은 물 밑에서 서로 통하여 그곳에 용궁이 있을 것이라고 믿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예천에서 발달된 이유

 

현재 용궁면은 예천군에 속하였지만 본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예천군과는 별도의 행정 단위였습니다. 1484년(성종 15)에 완성된 『경국대전(經國大典)』 이전(吏典) 외관직(外官職)편 경상도조에 의하면 예천군은 종 4품 군수(郡守)가 주재하는 군(郡)이었고, 지금의 예천군 용궁면은 종 6품 현감(縣監)이 주재하는 용궁현(龍宮縣)으로 편제되어 예천군과는 별개의 지방행정 단위였습니다. 그 이후 용궁현은 1895년 군으로 승격되었다가, 일제강점기인 1914년 군현 통폐합 때 예천군에 편입되었습니다. 예전의 용궁현은 지금의 예천군 용궁면, 풍양면, 지보면, 개포면 일대에 해당합니다.

 

용궁순대가 예천군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진 것도 내성천과 낙동강 등의 하천과 연관이 깊습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과 풍양면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삼강리(三江里)가 위치합니다. 삼강리라는 지명도 내성천과 금천(錦川), 낙동강의 세 물줄기가 합류하는 지점인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삼강리에는 조선시대부터 삼강나루터가 있었는데, 이곳은 영남대로의 중로(中路)가 지나는 인근의 교통중심지였습니다.

 

전통시대에는 육로를 통한 운송보다는 바다나 강을 이용한 수운(水運)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삼강리는 말 그대로 인원과 물류가 거쳐 가는 교통의 요지였던 것입니다.

 

예전부터 교통의 요지에는 대체로 장시가 발달하였고 상인이나 여행객에게 음식과 숙박을 제공하는 주막촌이 서면서 고유의 음식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국밥’입니다.

 

용궁순대 한차림
용궁순대 한차림(출처-경북일보)

 

경상도 지방에는 예전부터 교통의 중심지이자 장시가 번성했던 지역에는 지금도 국밥문화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남대로 좌로(左路)가 지나던 경상북도 영천시의 소머리국밥, 영남대로 중로가 지나던 대구의 육개장, 영남대로 우로(右路)가 지나던 경상남도 함안의 소고기국밥 등이 그러한 것입니다.

 

예천군의 용궁순대와 그 순대로 끓여낸 순대국밥도 교통의 요지였던 삼강나루터와 가까운 용궁면을 중심으로 발달한 향토 음식입니다.

 

 

일반 순대와 용궁순대의 차이점

 

순대는 육류, 곡류, 채소류 이외에 여러 가지 양념과 선지 등을 섞어 동물의 내장에 넣고 양쪽 끝을 실로 묶어 삼거나 쪄낸 음식을 말합니다. 순대의 기원은 주로 북방 몽고족과 여진족의 음식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선지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피순대’와 야채를 많이 사용하여 만들어 이른바 ‘아바이순대’라고도 불리는 ‘함경도순대’가 순대의 대표적인 두 종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문헌에 의하면 전통시대에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순대조리법이 확인됩니다. 1670년대 『음식디미방』에는 개의 창자를 이용한 순대와 1600년대 말경 『주방문(酒方文)』의 ‘황육 삶는 법(熟黃肉法)’에서는 소의 대창을 이용한 순대조리법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를 비롯하여 『규합총서(閨閤叢書)』, 『술빚는 법』 등의 고조리서에도 주로 소의 내장을 이용한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돼지창자를 이용한 순대는 1800년대 말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비로소 ‘도야지슌대’라는 조리명으로 그 만드는 법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돼지)창자를 뒤집어 정히 빨아 숙주, 미나리, 무를 데쳐 배추김치와 같이 다져서 넣고 깨소금, 기름,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 각색 양념을 넣고 돼지피와 한데 주물러 창자에 넣어 부리를 동여매고 삶아 식혀서 썰어 쓴다. "

 

보통 순대라 하면 경기도의 백암순대나 충청도의 병천순대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껍질이 얇은 돼지 소창을 사용하는 순대나 껍질이 두꺼운 대창을 사용하는 아바이순대를 연상합니다.

 

그런데 용궁순대는 돼지 막창을 재료로 쓴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순대와 사뭇 다릅니다. 막창은 껍질의 두께가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내용물을 많이 채워 넣을 수 있어서 풍부한 식감을 제공하면서도 먹는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용궁순대는 소금으로 깨끗이 씻어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둔 돼지 막창에 당면, 대파, 당근, 깻잎, 마늘, 부추, 찹쌀, 선지 등 12가지가 넘는 다양한 재료를 채워 넣고 푹 삶아냅니다. 예전에는 용궁면에 4와 9가 들어가는 날 용궁장이 서면 속이 터질 정도로 꽉 차고 푸짐한 용궁순대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심지어는 잔치나 행사에 쓰기 위해 용궁순대를 일부러 사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한류열풍을 일으킨 드라마로 유명한 ‘가을동화’의 촬영 장소였던 예천 회룡포와 조선시대의 주요 교통로였던 삼강나루터 일대가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용궁순대도 예천군의 향토 별미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경북선이 지나는 용궁역 입구 건너편의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일대에는 20여 년 전부터 용궁순대를 전문적으로 파는 상설식당이 들어서면서 ‘용궁순대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천의 용궁순대는 담백한 맛의 순대와 함께 매콤하게 구워낸 오징어불고기와 함께 먹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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