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두국수는 메밀가루로만 반죽하여 칼국수처럼 썰어 만든 면을 다시마ㆍ멸치ㆍ무로 우려낸 육수에 넣고 끓인 다음 김과 참깨 등의 고명을 얹어 내는 강원도 영월군의 향토음식입니다. 국수 이름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전하는데 메밀로 만든 국수를 하도 지겹게 먹어 꼴도 보기 싫다는 뜻에서 꼴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메밀의 고향, 강원도 영월군의 특별한 국수문화
태백산맥의 줄기에 위치한 강원도는 비탈이 많은 산지 지형이어서 토질이 척박하고 기후도 저온 건조하여 쌀과 보리농사가 적절하지 않아 예로부터 메밀ㆍ콩ㆍ감자ㆍ옥수수ㆍ수수 등을 재배하여 주식으로 삼았습니다.
메밀을 비롯한 밭작물은 쌀이나 보리에 비해 찰기가 적어 밥을 지어먹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보니 가공식품이 발달하였습니다.
메밀을 비롯한 밭작물은 가루를 낸 후 반죽하여 만든 국수ㆍ노치ㆍ떡ㆍ만두ㆍ수제비ㆍ전병 등의 음식으로 가공하여 섭취하였다.
강원도 영월군은 국수의 고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국수음식이 발달했습니다.
영월군도 태백산맥 줄기와 소백산맥이 분기(分岐)하는 지점에 위치한 산지여서, 이곳 사람들은 많이 재배하는 메밀ㆍ옥수수ㆍ감자와 산에 지천으로 널린 칡을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매콤하고 새콤달콤하게 말아내는 동치미국수, 구수하고 얼큰한 맛의 칡국수 그리고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걸쭉하고 담백한 꼴두국수 등이 영월군의 대표적인 면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월군에는 그 밖에도 국수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는 메밀과 칡을 이용한 냉면ㆍ막국수ㆍ비빔국수ㆍ칼국수ㆍ콩국수등 다양한 국수가 있습니다.
특히 메밀은 맷돌에 갈아서 메밀 알갱이의 고운 가루에서부터 껍질에 붙어 있는 거친 가루까지 모두 이용합니다. 고운 가루는 노치를 굽거나 만두를 하고, '나께미'라 불리는 메밀의 거친 가루는 꼴두국수의 재료로 이용합니다.
꼴두국수: 이름에 담긴 척박한 역사와 맛있는 변신
영월군의 다양한 국수 중에 꼴두국수는 그 이름부터 가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과연 어떤 음식이기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는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칭의 유래를 들어보면 요즘 젊은 층이 쓰는 표현으로 웃프다를 떠올리게 됩니다. 웃프다는 우스우면서도 서글프다는 뜻을 지닌 신조어입니다.
바로 꼴두국수는 질릴 정도로 하도 지겹게 먹어서 꼴두(꼴도) 보기 싫다는 의미에서 꼴두가 이름으로 붙었다고 합니다.
명칭은 언뜻 재미있어 보이지만 그 유래만큼은 척박한 토양에서 나는 거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주식으로 삼아야 했던 원주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도회지나 농촌에서는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쌀밥이나 점성(粘性)이 높고 부드러운 밀가루를 이용한 국수를 만들어 먹을 때, 강원도 지역은 근현대시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흉년이나 재해가 들 때에나 먹던 구황음식이 이들의 일상 음식이었다는 점에서 숙연해집니다.
그런데 꼴두국수의 반전(反轉)은 더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맛집 탐방과 같은 식도락 여행이 늘어나면서 꼴두국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하여 꼴딱 국수로 불린다고 합니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주천장과 한우사육의 역사
꼴두국수는 영월군에서는 주천면(酒泉面)이 유명합니다. 주천면은 강원도 영월군의 북서쪽에 위치한 면으로 남쪽으로 한반도면과 북쪽으로 무릉도원면에 경계를 접하고 있습니다.
술이 나오는 샘이 있었다는 고사에서 지명이 유래한 주천면은 예로부터 강원도 평창과 원주, 충청북도 제천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하여 번창했던 고을이었습니다.
서봉교의 시집 『계모 같은 마누라』에 수록된 주천장 가는 날이라는 시에서 주천면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릉 강가의 방앗간 앞에서 중방을 지나 명마동 건널 때 나룻배 타고 북적북적 한 장터 입구에 오면 5일 만에 왔으니 살 것도 많겠지만 고무신 몇 켤래 난전(亂廛)에서 고르다 놓아 버리고 왕방울 눈깔사탕 하나면 만족하는 것을 우시장 간 아부지 오기 전에 먼저 집을 향하고라는 시의 일부 내용에서 옛날에는 5일마다 서는 주천장은 면단위 장이었지만 우시장까지 설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장시(場市)였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 한우가 인근 횡성 한우와 더불어 강원도 소고기의 명가로 이름난 것도 주천면의 우시장 및 이 지역의 한우사육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주천면의 전통음식, 꼴두국수와 콧등 치기 국수
주천면에는 4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제천식당을 비롯하여 신일식당등 꼴두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꼴두국수는 보릿고개 시절 먹던 음식이다 보니 면의 재료는 100% 거친 메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를 만들어 된장을 풀어 끓인 국물에 넣고 익혀먹는 음식입니다. 육수를 된장으로 내는 것도 그 흔한 멸치조차 옛날에는 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다시마ㆍ멸치ㆍ무 등으로 육수를 내어 국수를 끓인 후 김과 참깨 등을 고명으로 얹어내기도 합니다.
꼴두국수는 음식재료 및 만드는 방법에서 바로 이웃하고 있는 강원도 정선군의 콧등 치기 국수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음식입니다.
콧등 치기 국수도 면을 후루룩 삼킬 때 구불구불한 면발이 콧등을 친다 하여 붙은 재미있는 명칭입니다.
강원도의 대표작물 메밀과 그의 다양한 효능
메밀은 감자와 더불어 연상되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출신의 소설가 이효석(李孝石)은 그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원도 메밀밭의 정경을 묘사하였습니다.
또 당나라 시인 백낙천은 메밀꽃의 아름다움을 밝은 달에 메밀꽃, 눈과도 같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메밀음식을 즐기는 일본에서는 매년 섣달그믐에 메밀국수를 먹으면 기다란 면발처럼 오래 산다는 전통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밀가루가 귀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를 면의 재료로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요즘과는 달리 국수는 잔치나 제사 때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잔치음식으로 내던 우리나라 국수는 장수나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상대방의 결혼의사를 물을 때 국수 언제 먹여 줄 거야?라는 말도 옛날 혼인잔치에서 대접하던 잔치국수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메밀은 루틴(Rutin) 성분과 함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합니다. 특히 지방성분은 80%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입니다.
메밀의 루틴 성분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고혈압, 당뇨, 비만에도 효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메밀을 교맥(蕎麥)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합니다. 효능으로는 만성설사나 전염병인 이질에 좋고 종기의 독을 제거하며, 화상을 입었을 때 메밀가루를 개어 붙이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영월, 관광지로 손꼽히는 이유
강원도 영월군은 영월 10 경이라 하여 조선조 비운의 국왕이었던 6대 단종(端宗)이 유배생활을 하였던 청령포(淸泠浦)와 그의 무덤인 장릉(莊陵)ㆍ김삿갓 유적지ㆍ법흥사 적멸보궁(法興寺 寂滅寶宮)ㆍ천연기념물 제219호 고씨굴ㆍ우리나라 하천지형의 보고(寶庫)인 어라연(魚羅淵)ㆍ영월군 한반도면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 등 다양한 역사유적 및 천혜의 자연경관을 둘러보면서 꼴두국수를 비롯한 영월군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6년 영월군을 배경으로 개봉한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옛 KBS영월방송국이 라디오스타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영월읍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영월읍의 별마로천문대와 천문대로 향하는 길목의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별총총마을의 마을벽화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관광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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