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우리 민속학에서 식품에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봅니다. 그런데 대부분 상류층에서 유행하거나 실행된 것은 사라지고 백성들이 자주 이용하거나 좋아했던 것들은 조금씩 발전하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겸상도 결국은 혼밥 하던 양반과는 달리 같이 식사하는 일반 백성들이 만들어온 것입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겸상의 정의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한 상에서 함께 식사할 수 있게 차려진 음식상입니다.
겸상에 관한 내용
겸상(兼床)에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먹을 수 있도록 차린 상과 세 사람이 한 상에 앉아 먹도록 차린 셋 겸상, 네 사람이 한상에 앉아 먹도록 차려진 넷 겸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상차림은 외상 혹은 독상(獨床)이 일반 형태입니다.
유교 중심의 조선시대에는 사회 신분 질서가 엄격하였고,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었습니다. 가장은 가족공동체를 지휘·통솔하고, 대외로 가족을 대표하였습니다. 가족 집단은 가부장의 권위로 유지되므로 가장과 가족 구성원 간 관계는 윤리를 덕목으로 하여 맺어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음식을 먹을 때도 반영되어 상하 서열 중심 상차림으로 고착되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전통 상차림은 일상식뿐만 아니라 잔칫상에서조차 외상으로 행해져 오다가 19세기경 겸상문화가 외상과 함께 공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에 왕족 이외의 인(人), 명(名)등 하급관리에게는 겸상이 주어졌으며,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에 의하면 겸상은 갑오(甲午,1894년) 이후에 생긴 것이고, “갑오이전의 진짓상은 다 외상이었습니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상 차리는 법 항목에도 넷 겸상으로 차려진 교자상이 보입니다. 외상은 한 사람이 한 상을 차지하고 먹는 개별 상차림인데 반해 겸상은 밥·국·수저는 개인별로 나누어 담지만 나물, 구이, 조림, 밑반찬, 별찬, 김치, 찌개, 찜 등 반찬류는 함께 먹는, 개별형과 공통형이 혼재된 상차림이었습니다.
겸상의 대상은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두 세대 이상이나 노부부(조부모), 가장(家長)과 손님, 사제지간(師弟之間) 등은 가능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처럼 한 세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또 젊은 남녀도 유별(有別)하여 겸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겸상 차림새는 외상을 차리듯 하되 나이가 드신 웃어른이나 손님 위주로 음식상을 구성하며, 정반대 위치에 또 한 벌의 수저·밥·국을 따로 준비합니다. 따뜻한 음식과 국물이 있는 찌개, 찜이나 전, 특별 반찬 등은 되도록이면 웃어른이나 손님의 오른쪽으로 놓아서 식사하기 편하게 배려합니다. 또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놓는 간장, 초장, 초고추장 등의 종지는 밥이나 국처럼 개별이 아닌 경우 웃어른이나 손님 가까운 곳에 두어 기호에 맞게 식사하도록 배려합니다.
조선시대의 외상과 겸상 문화는 상류층인 양반사회에 국한되었으며, 평민 계층에서는 공유형 두리반으로 상차림을 하였습니다. 두리반 앞에서는 서열의 질서나 차등에 얽매이지 않고 여럿이 한 상에 둘러앉아 평등하게 나눠 먹었습니다.
나아가 오늘날의 상차림 문화는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식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좌식 상차림이든 식탁 상차림이든 모두 겸상이 일반 형태입니다.
겸상의 특징 및 의의
겸상은 독상과 달리 상대방과 마주하며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새로운 밥상 예절이 형성되었습니다. 함께 먹는 상이므로 음식을 먹을 때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는다든지 멀리 있는 음식을 자기 앞으로 당겨 놓지 말아야 합니다.
겸상에서는 외상에서 고려하지 않아도 좋은 겸양, 배려, 양보, 화합의 새로운 덕목이 요구됩니다. 겸상을 대할 때는 상대방과 적당한 대화를 나누며 정을 쌓고, 반찬을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하는 지혜를 익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웁니다. 겸상과 같은 이런 일상 의식을 통하여 가족 간 유대감을 물론 사회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겸상을 차리면 음식상을 준비하는 사람의 일손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개별형 상차림인 외상은 대접받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자기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편안함과 함께 위생상 안정감을 줍니다. 이에 비해 겸상은 독상의 자유로움과 달리 상대방을 의식해야 하고 식사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등 약간의 불편한 심정을 감내해야 하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참고문헌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용기, 한흥서림, 1924), 조선요리법(조자호, 광한서림, 1939), 조선요리제법(방신영, 한성도서, 1942), 한국식생활풍속(강인희 외, 삼영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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