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때마침 한국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이나 시장 골목에서 빈대떡에 막걸리나 동동주 한잔 마시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비록 축구가 져서 아쉬운 마음은 남았지만 열심히 뛴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이번엔 한국 민속학에서 정의한 동동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동주의 정의와 특징
술이 발효될 때 술 표면에 ‘하얀 밥알이 동동 떠 있다’는 뜻에서 붙인 술 이름입니다.
동동주는 찹쌀과 누룩, 물로 한 차례 빚는 단양주입니다. 술을 빚어 두면 발효를 시작한 지 사흘째부터 술이 다 익기까지 술 표면에 쌀알이 떠오릅니다. 그 모습이 막 알에서 깨어난 개미 유충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특히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물과 누룩을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아 안쳐서 보름 정도 익히면 약간 붉은 빛깔이 도는, 여느 전통주에 비해 시원한 맛이 나는 술이 됩니다. 이러한 동동주 제조 과정은 모든 술의 기본으로, 덧술을 할 수도 있고 약재를 가미해 약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술지게미를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 수도 있고, 아울러 증류 과정을 거쳐 소주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술로 간주됩니다.
동동주와 같은 발효주는 발효와 숙성이란 과정을 거치는 동안 떠올라 있던 밥알은 다시 가라앉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동동주는 탁주나 막걸리 형태의 뿌연 술이 아닌 정통 청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스스로 고두밥이 가라앉은 동동주 라야 많이 마셔도 숙취가 일절 없고, 특히 누룩 냄새가 아닌 사과나 포도향기와 같은 방향(芳香)이 특징입니다.
동동주의 역사와 제조법
동동주가 언제부터 빚어졌는지 살필 수 있는 문헌이나 기록은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술을 빚는 과정이나 원료의 배합 비율 등을 고려할 때 조선시대 문헌인 『언서주찬방(諺書酒饌方)』을 비롯하여 『고사촬요(攷事撮要)』, 『양주방(釀酒方)』,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등 26종의 문헌에 32차례나 등장하는 부의주(浮蟻酒)의 이명(異名)으로 추측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술이 다 익어갈 무렵이면 술 표면에 하얀 밥알이 떠오르는데 이를 생동감 있게 ‘동동 떠 있다’라고 표현하던 수식어가 술이름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록으로, 고려 말 문신 이색의 『목은집(牧隱集)』에 수록된 시(詩) 가운데 “개미[浮蟻]가 ‘동동’ 뜬 술”이라고 표현된 시구가 있는데 이를 두고 동동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술 빚는 사람의 대부분이 과거에 한자 공부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인들이어서 한자 표기의 부의주(浮蟻酒)라는 이름 대신 발효과정에서 고두밥이 ‘동동’ 떠오르는 현상을 두고 동동주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용인민속촌의 동동주 제조법은 ‘찹쌀 5되, 누룩 1.5되, 물 6되’이지만 민간의 동동주 제조법은 ‘찹쌀 3~5되, 누룩 1되, 엿기름 2홉, 물 1말’로 쌀의 양은 현저히 줄고 물과 누룩의 양은 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가양주법에서는 "수곡(水麯)-(물 누룩)"을 만드는 대신 엿기름물을 만들어 술을 빚는 등 점차 후대로 내려오면서 경제성 추구와 편의성 위주의 술 빚기로 변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중에서는 탁주도 막걸리도 아닌, 그렇다고 청주는 더더욱 아닌 중간 형태에 밥알이 섞여 있는 출처 불명의 동동주가 부의주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밀가루나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저급 탁주에 식혜밥을 띄운, 이름 뿐인 동동주들까지 등장해 동동주의 이미지를 흐려 놓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명가명주(박록담, 효일문화사, 1996), 한국민속대관(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고려대학교출판부, 1982), 한국의 전통민속주(박록담, 효일문화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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