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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요리/한국의 전통음식

볏집 가마니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볏섬만두

by 허브마스터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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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필자가 보았을 때 만두를 싫어하는 민족은 없는 거 같습니다. 필자가 요리했던 또르뗄리니, 아뇰로띠 등 이태리에서도 만두의 종류가 많고 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이번엔 쌀로 유명한 이천지방에서 유래한 볏섬만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볏섬만두 한차림상
볏섬만두 한차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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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볏섬만두의 정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가을 추수철 막바지 즈음에 이천을 찾아가면 농협 창고 앞에 볏짚을 꼬아 만든 쌀가마니가 수북하게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잘 익은 벼의 색깔만큼이나 황금빛 쌀가마니는 보기만 해도 듬직했습니다.

 

쌀가마니가 있다는 것은 배곯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쌀은 곧 복이었습니다. 지금도 쌀의 고장 이천에 가면 그때의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포대를 쓰는 요즘 가마니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이천의 향토음식에서 볏가마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마니 속에 곡식을 가득 넣은 모양새와 똑같이 생긴 볏섬만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천 명물인 볏섬만두
이천 명물인 볏섬만두

 

임금님 드시던 쌀로 유명한 이천은 쌀의 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볏섬만두도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매해 정월에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만들어 먹었다는 이 음식은 벼 가마니에 곡식을 가득 넣은 모양이라 볏섬만두라고 불립니다. 과연 벼농사로 유명한 지역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두를 사랑하는 한국인들

 

옛날 식문화와 오늘날의 식문화가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오랜 세월동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만두입니다.

 

만두피를 정성스레 빚어 만두소를 꾹꾹 눌러 채워 쪄내면 각양각색의 만두가 탄생합니다. 요리 방법에 따라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가 되기도 하고 만두소를 어떤 재료로 채웠느냐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뀝니다.

 

수많은 이름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애용되어 왔다는 뜻입니다. 한국인의 만두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당장 집 앞의 편의점만 가더라도 적지 않은 종류의 만두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오방색을 가지고 있는 볏섬만두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은 저마다의 상징이 있습니다. 매년 설이 찾아오면 떡만둣국을 먹는 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가래떡은 오래오래 살라는 뜻이고 만두는 복이나 재물을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쌀이 주식이었던 남쪽지방은 떡으로, 고기를 즐겨먹었던 북쪽지방 유목민들은 만두로 한해의 복을 기원을 했습니다.

 

음식이 풍요로워진 최근에는 떡과 만두를 모두 먹어 양쪽의 복을 기원합니다.

 

이런 만두의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볏섬만두의 의미가 한층 더 깊게 다가옵니다. 

 

벼 가마니에 곡식을 가득 넣은 것 같은 보자기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섯 가지의 색깔로 빚었다는 데에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오복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빛깔, 그 빛깔만큼이나 다양한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했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무청시래기를 넣어 맛을 낸 볏섬만두

 

볏섬만두의 만두피는 치자(연두색), 당근(주황색), 적채(보라색), 시금치(녹색)로 색을 냅니다. 흰색은 따로 색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밀가루 반죽 그대로 사용합니다.

 

동글동글한 반죽을 밀대로 펴내어 이천의 특산물인 게걸무로 만든 무청 시래기와 고사리, 나물, 두부 등을 만두소로 넣습니다.

 

다른 재료들이야 일반적인 만두에 넣는 것과 비슷하지만, 볏섬만두에는 무청 시래기가 들어간다는 게 특징입니다.

 

게걸무 잎사귀는 시금치보다 철분과 칼슘이 많아 빈혈에도 좋고, 시래기로 만들어 먹을 때 식감이 우수한 웰빙 재료입니다.

 

만두를 쪄 낼 때에는 처음부터 만두를 찜기에 넣지 말고, 물이 끓어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상태에서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만두피가 퍼지지 않고 예쁜 모양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벼 가마니 속에 다양한 곡물이 들어있는 것을 형상화한 볏섬만두의 경우에는 만두피의 모양새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두피의 크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15분여간을 쪄 내면 완성. 접시에 낼 때는 만두피 속에 복이 들어있음을 시각화하기 위해 큰 만두피를 살짝 열어 담아냅니다. 

 

직접 해먹어도 좋지만, 드라이브 삼아 이천을 방문한다면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한 ‘농가맛집’의 목록을 보고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만두를 만드는 체험학습뿐만 아니라 볏섬만두가 들어간 만두전골을 먹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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