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필자의 회사 제품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음식입니다. 대부분 추어탕을 먹을 때면 먹기 바로 전에 넣는 향신료가 있습니다.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지역 중에서 남원의 추어탕이 맛있다고 전국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서민이 몸 보양식으로 먹었던 지금도 즐겨 먹고 있는 추어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원 추어탕의 정의와 유례
전라북도 남원에서는 가을걷이를 마치면 겨울잠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를 잡아 국을 끓여 함께 나누어 먹으며, 기운을 보충하고 겨울을 대비하였다고 합니다. 추어탕은 지역별로 다양하지만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서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 등과 함께 끓여낸 것이 특징으로 남원시의 향토 음식입니다.
추어탕은 가을바람이 불 무렵 무더위에 지친 서민들의 기를 보충해 주고 영양을 공급하던 보양식이었습니다. 그 종류도 지역별로 다양하여 사골국물에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여내어 식감을 살린 서울식 추어탕, 고추장을 풀어 넣고 매운탕처럼 얼큰하게 끓여내는 강원도 지방의 원주추어탕,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섞어 맑고 시원하게 끓여내는 경상도 지방의 청도추어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추어탕 하면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를 넣고 들깻가루를 풀어 구수하고 걸쭉하고 끓여낸 전라도의 남원추어탕이야말로 단연코 우리나라 추어탕의 대표음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전라북도 남원시에서는 예전부터 가을걷이를 마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겨울잠에 들기 위해 논두렁 속에 들어간 미꾸라지를 잡아 국을 끓여 동네사람들이 나누어 먹었다고 합니다. 기나긴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영양분을 비축한 가을 미꾸라지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무더운 여름과 힘겨운 농사에 지친 농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양 식품이었습니다. 미꾸라지의 한자어인 추(鰍)가 ‘물고기 魚’ 자와 ‘가을 秋’ 자가 합쳐진 글자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추어탕은 가을에 제격인 음식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가을이 깊어져서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무렵이 추어탕의 제철이었다고 합니다.
미꾸라지의 효능
미꾸라지의 효능에 대해서는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배를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돋우어 준다. 술에 취한 것을 깨도록 하며 소갈을 풀어준다”고 하였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미꾸라지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보해주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 몸이 짧고 작으며 늘 진흙 속에 사는데 추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규준(李奎晙, 1855~1923)이 1908년 간행한 『의감중마(醫鑑重磨)』에는 “추어는 단맛으로 성질이 평하다. 위장의 활동을 도와 식욕을 돋우고 비장을 건강하게 하고 오장을 통하게 한다. 어떤 약이든 함께 먹을 수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옛 의서들에 기록된 미꾸라지의 효능을 종합하면 숙취해소와 당뇨예방, 원기회복, 소화기능과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좋은 식품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미꾸라지 기록과 조리법
우리나라에서 미꾸라지를 식용한 역사는 비교적 오래 되었습니다. 현전 하는 고문헌 가운데 미꾸라지를 언급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123년(인종 1)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이 저술한 『고려도경(高麗圖經)』입니다. “고려 풍속에 양과 돼지는 왕공이나 귀인이 아니면 먹지 못하며,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라고 언급하면서, 해산물 중에 미꾸라지[鰌]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을 통해 고려시대에 미꾸라지가 서민들의 식품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추어탕을 언급한 문헌이 등장합니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19세기 초에 저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추두부탕(鰍豆腐湯)’이란 음식명으로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규경은 “이 탕은 서울에서 성균관에 속한 반인(泮人)들 사이에 성행하는 음식으로 독특한 맛을 즐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9세기의 추어탕은 힘들고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노비계층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솥에 물을 붓고 두부 몇 모와 미꾸라지를 넣어 불을 때면 미꾸라지가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고 묘사한 추두부탕의 조리법은 점잖은 양반계층의 시선에서는 징그럽기도 하고 먹기에도 꺼려지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주로 양반계층에서 저술했던 옛 조리서에는 미꾸라지를 이용한 식품에 대한 기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던 추어탕이 근대에 들어서는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던 모양입니다. 1927년 10월 1일에 발간된 잡지 『별건곤(別乾坤)』 9호에 실린 「추탕집 머슴으로 이틀 동안의 더부살이」라는 기사에는 광고를 하지 않고 슬그머니 개업한 추어탕집에 첫날부터 손님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들었는데, 중류 이상의 인사들까지 하류계층 사람들과 섞여 먹고 있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근대에는 추어탕이 계층을 가리지 않고 먹는 대중화된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라북도 남원시가 추어탕의 명소로 알려지게 된 것은 고(故) 서삼례 씨(2008년 작고)가 1971년 전라북도 남원시 천거동 160-206에 새집추어탕이라는 상호를 걸고 영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본래는 1959년에 광한루원 근처에 포장마차를 열고 은어회와 은어구이를 팔다가 1970년대 초부터 현재의 위치에서 추어탕을 팔기 시작하면서 남원추어탕 식당의 원조가 되었다고 합니다. 새집추어탕이 위치한 남원시 천거동 160번지 일대에는 추어탕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추어탕뿐만 아니라 미꾸라지튀김, 추어숙회 등 다양한 미꾸라지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남원 추어탕 조리법
● 재료: 미꾸라지, 물, 시래기, 얼갈이배추, 들깻가루, 된장, 다진 마늘, 고추, 산초가루, 소금, 청장, 물
● 조리법
1. 미꾸라지는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해감을 시킨 후 맑은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2. 미꾸라지를 양파와 생강 등을 넣어 물러질 때까지 푹 삶는다.
3. 삶은 미꾸라지를 체에 밭쳐 살과 뼈를 분리한다. 믹서 등에 넣어 통째로 갈아서도 사용하기도 한다.
4. 무청 시래기와 얼갈이 배추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된장과 갈은 홍고추 등을 넣어 골고루 버무려 준다.
5. 체에 내린 미꾸라지와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 등을 솥에 넣고 푹 끓인다.
6. 들깻가루와 다진 마늘을 5에 넣고 청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뒤 한소끔 더 끓여준다.
7. 추어탕을 낼 때 산초가루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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