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와 뉴스

요즘 유럽산 머스터드 소스를 구하기 힘든 이유

by 허브마스터 2023. 1. 6.
반응형

요즘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많이 바빠졌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만 제조하던 머스터드 소스를 필자가 개발하여 몇 년 전부터 제조하고 있었는데 유럽산 머스터드가 수출물량이 없어 필자의 회사제품을 국내에서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캐나다의 머스타드소스 판매 진열장
캐나다의 머스터드소스 판매 진열장

 

반응형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디종머스터드

 

작년 여름 프랑스 슈퍼마켓 양념 코너에서 두리번거리다 보면 마요네즈와 케첩 사이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년 5월부터 프랑스에선 디종 머스터드가 아주 귀한 몸이 됐습니다. 디종 머스터드 2병을 6000유로(약 8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장난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프랑스 내 외국인들은 미국 같은 해외에서 머스터드를 들여오고 있으며, 수도 파리에 사는 작가 데이비드 레보비츠는 심지어 한적한 동네의 가드닝 가게까지 찾아가 머스터드를 공수해 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탓하고 있지만, 실제 그 이면엔 더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중동부 부르고뉴의 주도인 디종 지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디종 머스터드'는 프랑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양념으로, 갈색 겨자씨를 화이트 와인에 섞어 만든 것입니다.

 

갈색겨자씨
갈색 겨자씨

 

기름지고 포만감을 주는 음식과 곁들여 먹었을 때 특유의 톡 쏘는 신맛과 매운맛이 매력으로 다가오며 껍질이 바삭한 로스트 치킨 한 조각과도 환상의 콤비를 이룹니다.

 

평범하게 햄과 버터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의 풍미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이 머스터드 품종은 집에서 마요네즈를 만들 때도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디종 머스터드의 유래

 

겨자꽃
겨자꽃

 

디종 머스터드가 부르고뉴 지방에서 단단히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바로 갈색 겨자씨를 포도와 함께 심은 이 지역의 역사적인 농법 덕분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이 포도덩굴에 인 등의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썼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 수도승들은 수 세기 동안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며 겨자를 재배했습니다. 그러다 1752년 디종 출신의 장 나이종이라는 남성이 겨자씨를 기존 식초가 아닌 버주스와 섞으면서 디종 머스터드가 처음 탄생했습니다.

 

버주스는 설익은 포도를 압착해 만든 신맛 나는 과즙으로, 역사적으로도 감귤류가 자라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 신맛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디종 머스터드는 은은하고 균형 잡힌 맛으로 시중의 다른 머스터드 보다 돋보입니다. 아메리칸 옐로우 머스타드보다 톡 쏘는 맛이 강하지만 중국식 머스터드 나 독일 바이에른 주가 원산인 스위트 머스터드 보다는 약합니다. 겨자씨의 매운맛이 부르고뉴의 지역의 버주스(오늘날엔 화이트 와인으로 대체)를 만나 적당한 맛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디종 지역과의 역사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디종 머스터드는 꽤 오랫동안 디종 외 지역에서 생산됐습니다.

 

 

겨자씨 재배 변경 원인과 우크라이나 전쟁

 

캐나다산 겨자씨
캐나다산 겨자씨

 

수십 년 전 부르고뉴 농부들이 수익이 더 좋은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겨자를 재배하지 않게 되면서 머스터드 제조업자들은 겨자씨를 뿌릴 지역을 찾아 멀리 나섰고, 캐나다가 주 생산지로 떠오르게 됩니다.

 

현재 캐나다는 전 세계 겨자 생산에 약 80%를 담당하지만, 작년 겨울 캐나다산 겨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몇 년간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면서 비축분도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겨자씨 가격은 3배까지 치솟았습니다.

 

한편 머스터드 생산업체인 '레인 드 디종'의 뤽 반데르마센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머스터드 품귀 현상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전쟁으로 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종 머스터드 생산 기업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디종 머스터드에 들어가는 갈색 겨자씨가 아니라 아메리칸 옐로우 머스터드나 잉글리시 머스터드의 원료인 흰색 겨자씨의 주요 수출국입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면서 굳이 특정 겨자 품종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는 머스터드 생산 기업들이 캐나다산 겨자씨로 눈을 돌리면서 안 그래도 부족했던 물량이 더욱 귀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확량감소 원인과 해결책

 

문제해결하는 방법
문제 해결하는 방법

 

최근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겨자를 좋아하는 딱정벌레가 들끓으면서 부르고뉴 지역의 머스터드 시장은 정체는 물론 축소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살충제로 막아왔지만, 화학 살충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엄격해진 규제뿐만 아니라 살충제저항성으로 인해 문제를 통제하고 회복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루리앙겔 담당자는 "지난 몇 년간 기후 문제로 인해 많은 겨자 농가가 낙담했다" 면서도 품귀 현상에 따른 겨자씨 가격 상승이 "다시 이 분야를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겨자 농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겨자를 성공적으로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사미낭 CEO(프랑스겨자사업자)는 풍부한 지역 역사에 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데사미낭 CEO는 "조상들은 해충 등을 피해 겨자를 재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오늘날 우리는 유기농까지는 아닐지라도 지속가능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화학약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조상들의 이러한 마음가짐을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수확량을 어떤 조짐으로 여긴다면 부르고뉴 겨자씨 산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언론 매체 '20뉴트'는 지난 7월 말 부르고뉴 겨자 재배량이 작년보다 50% 증가했다면서, 이는 2016년 기록을 넘어선 기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머스터드 생산 업체들은 작년 11월부터는 다시 원활하게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가을 요리에 톡 쏘게 곁들이기 안성맞춤인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