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나 초밥을 먹을 때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며 매콤한 맛을 내주는 향신료인 와사비. 대부분 와사비와 고추냉이를 같은 식물로 알고 있으나 엄연히 둘은 다른 식물이다. 물론 뿌리는 같으나 분류상 다른 식물이다. 요즘엔 육류에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와사비에 대해 알아보자.
와사비의 정의
양귀비목 십자화과 고추냉이 속 여러해살이풀. 품종에 따라서 북한, 동해안, 사할린, 일본 북부가 원산으로 기본적으로 서늘하면서 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건조한 환경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학명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일본 품종이 대표적이라 흔히 '와사비'라고 부른다.
자생 지역이 적고 재배환경이 가장 까다로운 식재료이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재배법이 개발된 것만도 기적일 따름. 일정하고 아주 깨끗한 샘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곳이어야 하고 그늘진 땅, 자갈, 돌이 많은 땅에서만 자라며 온도가 섭씨 약 8~20도로 1년 내내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땅에 와사비에 안 좋은 광물이 있거나 습도가 너무 높아도 안 되며 병충해에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사비관련 제품들은 사실 더 값싼 겨자무(호스 래디쉬)에 색소 등을 넣어서 만든다.
와사비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활용
특유의 톡 쏘는 매운맛과 향이 있어서 향신료 및 조미료로 사용한다.
매운맛과 풍미가 휘발성이 강하기에 주로 즉석에서 강판에 갈아먹는다. (비싸기 때문에 고급 일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다). 줄기와 잎을 절여서 먹기도 한다. 잎은 쌈채소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깨끗하게 씻으면 날것도 향과 맛이 있으며 특히 생선회나 돼지고기의 비린내를 덜어주어 궁합이 맞다. 쌈채소용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곳이 강원도 양구군에 있다.
특유의 향이 레몬처럼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고 감칠맛을 더해주기 때문에 주로 회에 곁들여 먹는다. 보편적으로 간장에 풀어서 섞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특유의 향과 맛이 많이 약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와사비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따로 덜어서 회에 올리고 간장에 찍어 먹자. 그러나 튜브형은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넣어 먹으면 또 그것만의 새로운 맛이 난다. 각종 조미료가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장에 와사비를 푼 소스는 회에 곁들이는 것 외에도 다용도로 쓰인다. 메밀국수나 추어튀김을 시키면 같이 주기도 한다. 감자탕, 아귀찜과도 잘 어울린다.
대부분 국내 횟집에서는 튜브형 와사비를 사용하거나 백색 겨자 무(호스래디시) 분말에 타르색소(황색과 청색)로 착색을 한 인스턴트 와사비 분말을 개어서 사용하는데, 저가형 이자카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생 와사비를 갈아내는 집은 비싼 초밥 전문점이나 일식집 정도다.
와사비의 매운맛은 지방에 쉽게 중화되기 때문에 기름진 부위, 참치나 소고기 같은 부위와 함께 먹으면 매운 건 덜하면서 풍미는 더 양껏 느낄 수 있다. 질 좋은 생와사비는 알싸하면서 상당히 단맛이 나는데 함께하는 식재료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풍미가 조화되며 양껏 올려준다.
초밥에 많이 들어간다. 와사비 없는 초밥은 초밥이 아니라고 할 정도. 은근히 고소하면서 코 안쪽까지 알싸하게 만드는 와사비의 향은 초밥의 비린내를 잡아주며 다른 음식에선 이 알싸함을 느끼기 힘들다. 자극성 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양인 와사비가 들어간 초밥은 몸서리치고도 다시 맛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찍어먹으면 특유의 알싸함이 느끼한 기름 맛을 잡아줘서 맛있다. 실제로 일본 스테이크 식당에서 와사비를 내주고, 한국도 일부 번화가 고깃집이나, 돈가스 등 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일본 요리 전문점은 따로 내오기도 한다. 쌈장이나 고추장이 텁텁해서 싫다거나 쌈무가 달아서 싫다는 사람, 김치나 파김치, 파절임의 맛이 싫다는 사람 등은 한 번쯤 이런 방식으로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생와사비를 갈아낸 것이므로 찍어먹는 게 좋다. 튜브형이나 겨자무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서 고기 맛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와사비는 훨씬 부드러우며 상쾌한 매운 향과 맛을 가졌다. 이 때문에 오이소주처럼 생와사비를 갈아내어 사케에 녹여서 먹기도 한다. 물론 와사비 자체에 간이 안 되어 있으니 먹기 전 다른 양념을 더 찍어야 한다. 또한, 상추 대신 와사비 잎에 싸 먹어도 별미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삼겹살과 함께 먹어도 상당히 맛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생와사비를 양껏 쟁여두고 고기 먹을 때마다 내와서 먹는다.
원산지인 시즈오카 등에서는 신선한 와사비를 나베요리에 쓰기도 한다.
덮밥에도 쓰이는데 보편적으로 회 덮밥이나 생선 덮밥에 많이 쓰이며, 가쿠니동 등 고기 덮밥에도 간혹 쓰인다. 간장이나 소스랑 섞는 용도로 쓰인다.
과자에도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과자치곤 엄청나게 맵다.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냐는 생각으로 집어 먹었다간 입에서 불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풀무원에서 나오는 블랙 김스낵 와사비맛의 경우에는 와사비 매운맛을 견디지 못해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인데, 반면 이러한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와사비의 매운맛
와사비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과 다른 성분인 시니그린(sinigrin)이다. 산소에 닿으면 효소가 반응하면서 휘발성 물질인 이소 티오시안산 알릴(Allyl isothiocyanate)을 만들었는데, 이 물질이 코에만 존재하는 TRPA1 수용체를 자극해 코끝의 찡함을 불러온다. 유해 물질을 느껴서 알리기 위한 감각이 오히려 쾌감을 주는 향신료로 쓰이는 것이다.
코가 찡한 이유는 기체화 물질이 입과 연결된 코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숨을 들이마시면 기체화 물질이 넘어갈 수 없어 찡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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