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름을 따서 음식명을 한다는 자체는 그 음식과 지역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안동식혜가 그 대표적인 음식인데 자료를 찾아보니 재미난 얘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식혜와 많이 다른 안동식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동식혜의 정의와 설명
찹쌀 또는 쌀(좁쌀, 수수도 가능)로 지은 고두밥에 고춧가루 씻은 물과 다진 생강, 무채 등을 넣은 후, 엿기름을 붓고 삭힌 경상북도 안동 권역의 간식 겸 음청류입니다.
안동식혜의 유래에 관해서는 경북 동부지역에 분포하는 소식혜(蔬食醯)에서 발전된 것일 수 있으며, 경북지역의 ‘밥식혜’가 음료형 식혜(食醯){일명 감주(甘酒)}와 반찬형 어식해(魚食醢)의 영향을 받아서 고안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밥에 엿기름물을 붓고 끓여서 발효시킨 음료형 식혜는 전국에 있으며, 특히 동해안지역에는 반찬형 어식해가 있습니다. 어식해는 고두밥에다 생선, 무, 엿기름, 고춧가루, 소금을 넣고 버무려 삭힌 것입니다. 어식해에서 생선과 소금이 빠지고 물을 많이 부어서 삭힌 것이 소식혜입니다. 다만, 고춧가루는 고운체[篩]나 주머니에 담아서 물로 씻어 넣습니다.
안동식혜는 소식혜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 견해입니다. 그런데 안동 지역의 오래된 제사음식으로 전승되는 밥식혜가 식혜와 어식해의 영향을 각각 받아서 안동식혜가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제사음식의 하나인 밥식혜는 고두밥에 엿기름물을 부어서 삭힌 것으로서 물기가 거의 없는 형태입니다.
1970년대까지 안동식혜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쌀, 찹쌀, 조 등으로 지은 고두밥을 어느 정도 온기가 있을 때 솥에 붓고, 거기에 엿기름물(윗물만)과 고춧가루 물을 붓습니다. 그 안에 생강을 다져 넣고, 무채를 넣고 물을 붓습니다. 솥뚜껑을 덮고 두 시간 정도 두면 삭아서 "안동식혜"가 됩니다. 이때 항아리에 옮겨 담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안동식혜는 한겨울에 먹는 간식이자 후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무채는 작은 깍두기 모양으로 거의 바뀌었으며, 엿기름물만 넣으면 달지 않다면서 설탕을 첨가하게 되었습니다. 고춧가루물도 많이 넣어서 색깔이 더 빨갛고 국물이 많아지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안동식혜의 발생과정 및 특징
안동식혜의 발생 과정에는 동해안권 음식문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과 영덕 지역 사이에 물자교역, 학문교류, 혼인관계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안동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안동식혜가 양반가의 음식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고춧가루를 먹게 되는 과정에서 기존 음식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18세기 이후 고춧가루를 식용하게 되었을 때, 빨간색은 기존의 모든 음식 색깔에 비해서 매우 두드러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춧가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어진 음식의 전형이 바로 종가와 명문가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한 안동식혜는 안동 지역에 전승되는 양반가 음식의 전형성과 거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안동식혜는 다량의 고춧가루 사용이 일반화된 18세기 후반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음료형 식혜와 동해안에 분포하는 반찬형 어식해의 몇몇 속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음식이라 여겨집니다. 경북 일원에 전승되고 있으며, 20세기말부터 반찬으로서의 면모가 줄어들고 음료로서의 속성이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고추와 매운맛(주영하, 비교민속학 34, 비교민속학회, 2007), 고추의 상징화에 대한 일고(주영하, 역사민속학 11, 역사민속학회, 2000), 식품과학기술대사전(한국식품과학회, 광일문화사, 2004), 안동식혜의 정체성과 문화사적 의의(배영동, 실천민속학연구 14, 실천민속학회, 2009), 안동식혜의 조리법에 관한 연구 1(윤숙경, 한국식 문화학회지 3-1, 한국식 문화학회, 1998), 한국식품문화사(이성우, 교문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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