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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속 음식이야기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보존식품인 "굴비"

by 허브마스터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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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이모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굴비 머리 하나면 밥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어" 80년대에는 굴비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명절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예부터 우리의 밥상을 책임져온 굴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기를 말려서 굴비로 만드는 과정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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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의 정의

 

조기를 염장한 후 건조한 가공품입니다.

 

굴비는 조기를 염장, 건조하여 말린 것입니다. 쉽게 상하는 생선을 보관하는 방법은 건조, 염장 방법이 주로 쓰입니다. 염장은 젓갈이나 간 고등어, 건조는 북어·포(脯)가 대표 방법입니다. 조기는 염장을 하고 다시 건조해서 보관합니다. 이를 굴비라고 합니다. 영광 법성포에는 조기의 배를 갈라 말린 것을 가조기, 통으로 말린 것을 굴비라고 구분합니다.

 

 

굴비의 어원과 제조방법

 

굴비 어원에 관해서는 <이자겸 설화>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법성포의 향토학자 신명희가 수기로 남긴 『법호견문기』에는 “1126년 2월 고려 이자겸이 척준경과 함께 뜻을 이루지 못하고(왕위를 넘겨다봄) 역적으로 몰려 영광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지만 결코 비굴(非屈)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을 담아 진공진상(進貢進上)하면 비굴을 굴비라고 하였다 합니다. 이자겸의 진상으로 처음 먹어 본 인종(仁宗)은 매우 좋아하며 매일 진상토록 하라 하여 영광굴비는 일약 명물이 되고, 명나라와 청나라에까지 진상했다고 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굴비를 임금에게 올리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아부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屈] 않겠다 [非]는 의미에서 굴비라고 명명했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민간 어원설입니다. 그러나 굴비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겸 이야기는 법성포에서도 흔히 퍼져 있으며, 영광군청 홈페이지·굴비 홍보물·영광굴비 홍보전시관에서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여지도서』에서는 진상품으로 올린 굴비의 명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진상품으로 올린 굴비의 명칭을 보면 ‘석수어 구을비(石首魚 仇乙非)’’, ‘구을비 석어(仇乙非 石魚)’, ‘석수어 굴비(石首魚 屈非)’, ‘세린 석수어 구을비(洗鱗 石首魚 仇乙非)’, ‘세린 석수어 구구비(洗鱗 石首魚 仇仇非)’, ‘석어 구을비(石魚 仇乙非)’, ‘세린 석수어 구산비(洗鱗 石首魚 仇山非)’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굴비(屈非)라는 글자는 영광현과 고부군(현재 정읍)에서만 표기되어 있고 구을비(仇乙非)라는 굴비의 이두식 표기가 더 많은 것으로 보아 이자겸 굴비 어원설은 후대에 만들어진 민간 어원설로 생각됩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의 전통 굴비는 소금 간을 많이 하고, 건조 기간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 변화, 냉장 시설과 교통수단 발전은 굴비 가공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염장한 조기를 세척하고 하루 정도 말린 상태에서 냉장 시설에 보관합니다. 물론 냉장 시설에서도 건조는 일어나지만 바깥에서 말리는 것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1970년대에는 이러한 굴비를 ‘물 굴비’라고 하여 전통 방법의 굴비와 구별하였지만 현재는 굴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기존의 바짝 말린 굴비는 ‘마른 굴비’, ‘보리굴비’ 라 하고 있습니다. 보리굴비는 굴비의 가공 방법이 아닌 보관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마른 굴비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기름이 나오고 군내가 나기도 합니다. 이때 보리 독 속에 굴비를 집어넣으면 보리의 차가운 성질과 함께 보리가 기름을 흡수하여 굴비의 신선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현재 굴비의 가공 과정은 해동-선별-염장-엮걸이-건조-포장·배송의 6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냉장 시설이 발달하면서 봄철 조기를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해동하고, 같은 크기로 선별해서 염장하고 엮어 건조합니다.

 

2010년 법성포에서 관찰한 결과 해동에서 건조까지 과정은 사흘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후 완성된 굴비를 냉동 보관하면서 수요가 있을 때마다 꺼내 판매합니다.

 

 

굴비의 의의

 

굴비는 대표 염건품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소비되는 생선 가공품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혼례·상례·제례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 생산지는 전라남도 영광 법성포입니다. 냉장 시설과 소비자 입맛이 변화하면서 굴비 또한 과거처럼 바짝 말리지 않지만 여전히 전 국민이 소비하는 주요 수산물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굴비에 대해서는 식품으로의 접근과 동시에 문화로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법호견문기(法湖見聞記), 영광군 법성포(국립민속박물관, 2 011), 영광군청(yeonggwa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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