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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이야기

코리엔더라 불리우는 고수 씨앗에 관한 이야기

by 허브마스터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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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잘 보이진 않던 프랜차이즈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트남 쌀 국숫집입니다. 이젠 동네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당이 되었고 배달 음식으로도 순위에 들 정도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동남아 음식에 빠져서는 안 될 향신료가 고수(coriander)인 것입니다. 아직은 호불호가 있지만 많이 익숙해진 고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수잎 사진
고수잎(출처-픽사베이)

 

고수(coriander)란?

 

미나리목(산형 목) 미나리과(산형과) 고수 속 한해살이풀로, 키가 30~60cm까지 자라고 6~7월쯤에 하얀 꽃이 피며 9~10월쯤에 열매를 맺습니다. 

 

원산지는 동부 지중해 연안으로 그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스페인어에서는 실란트로(cilantro)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가 북미에 전해져서 고수의 잎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그리스어로는 빈대를 가리키는 코리스(koris)에서 이름이 유래됐는데, 우리말에서도 고수를 빈대풀이라고도 부릅니다. 빈대와 고수의 냄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며, 실제로 특유의 향을 내는 화학물질을 공유합니다.

 

 

한국인과 고수(coriander)의 인연

 

한국인들은 대부분 고수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전통적인 절임식 및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한식 베이스와는 달리 고수는 그 향미가 이질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에겐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향신채이지만 의외로 고려시대에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고수'나 '빈대풀'이라는 우리말 이름이 있는 것은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벌레의 이름이 붙었을 만큼 환영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여 년 전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북부, 충청남도, 전라북도, 황해도 지역에서나 먹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북한 지역에 가까운 조선족 요리에서는 깻잎이나 방앗잎처럼 온갖 음식에 쓰인다고 합니다. 구이나 탕, 국수에 넣어먹기도 하고, 볶음에 넣기도 하고, 김치나 나물무침에 넣거나, 쌈에 넣어먹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고수가 유명한 곳은 경기도 파주시 북부, 파주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한일병탄으로 궁궐에서 쫓겨난 내시들이 황해도와 파주에 정착하여 살았는데, 고수는 성욕을 없앤다는 속설이 있어서 내시들이 많이 먹었고 그 후 파주 사람들도 고수를 많이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화도에서는 김치에도 고수를 넣어 먹는다고 합니다. 고수를 넣으면 김치에서 군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강화도에서 고수를 넣은 김치를 먹어 보았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이외에 전라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의 기본 반찬으로 고수 나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밖에 절에서도 고수를 자주 먹어 "고수를 먹을 줄 알아야 중 노릇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오신채를 금하는 북방불교의 계율상 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향신채였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갓 출가한 행자나 사미승 등이 절 음식에 사용한 고소의 냄새와 맛에 적응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고수(coriander)의 향

 

유전자에 따라서 사람마다 냄새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일부 사람들은 고수에서 역한 냄새를 느낍니다. 안 좋게 표현하자면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그 특유의 입안에서 붕 뜨는 플라스틱을 태우는 듯한 시큼하면서 인공적인 냄새 때문에 비누, 세제, 샴푸 혹은 화장품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일명 암내와 비슷합니다. 

 

서양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꾸준히 비누나 세제 향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싫어하는데, 여기엔 과학적인 증거가 있습니다. 2012년에 밝혀진 연구에서 OR6A2라고 명명된 유전자가 특정한 후각수용체 돌연변이를 야기하는데, 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고수에서 세제 향, 비누향, 또는 노린재 향 등 역한 향을 맡을 확률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휘발성이 강해서 페스토를 만들어 먹으면 다소 완화가 된다고 합니다. 

 

 

고수(coriander) 맛과 이용

 

고수를 날것으로 먹으면 특유의 향과 쓴맛이 나는데, 기름기가 적은 요리와 같이 먹다 보면 쓴맛이 입 안에 농축됩니다. 많은 쌈채소들의 특징이 단독으로 먹기보단 기름진 고기와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데 고수도 그렇습니다. 기름진 육류를 먹을 때 고수와 청양고추, 마늘과 매콤한 소스를 곁들이면 느끼한 맛을 없애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 중에서도 향신료로 초피나 산초가루를 즐겨 먹는 사람은 고수에도 쉽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이 강한 식물들은 향이 고수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베트남 쌀국수에 고수를 조금만 얹어서 먹기 시작하면 쉽게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에 올려서 먹는 고수잎
베트남 쌀국수(출처-픽사베이)

네팔이나 인도 같은 남아시아에서도 많이 먹습니다. 생으로도 쓰지만 가격이나 보존성 문제로 카레 국물을 만들 때 말린 것을 가루 낸 형태로 해서 사용합니다. 

 

고수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음식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들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고수를 많이 먹는 나라들은 대부분 위도가 낮은, 열대기후에 위치해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나라들은 식중독의 위험이 크니 조리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살균이 되는 튀김, 볶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고수는 이런 튀기고 볶아서 기름이 흥건해지는 음식들의 맛을 잡아주는데 탁월합니다. 필자가 자주 가는 강남의 선술집에서는 통으로 생선을 튀긴 후 그 위에 간장 소스를 뿌리고 고수를 듬뿍 올린 요리가 인기인데 고수는 확실히 튀기거나 볶는 요리에 잘 맞는 향신채입니다. 

 

고수의 씨앗인 코리앤더 홀(coriander whole)은 잎과 줄기와는 달리 귤, 레몬 계열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납니다. 다양하게 이용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피클의 맛을 내는 피클링 스파이스의 주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또한 카레의 베이스가 되는 가람 마살라에도 들어갑니다. 쌀국수의 기본 육수를 만들 때에도 사용됩니다.

 

고수 씨앗
고수씨(coriander whole) (출처-픽사베이)

 

이번엔 고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요즘엔 친근한 향신료가 되어있어서 동네 재래시장이나 마트에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신료가 되었습니다. 혹시 입에 맞지 않으시다면 더운 여름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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