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특별한 음식과 언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빙떡은 조금 다르게 외세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원나라시절 우리의 특수부대 삼별초의 본거지인 탐라에 맛없고 먹기 힘들다고 알려진 메밀을 전파하면서 생긴 음식입니다. 그러나 맛있고 영양가 있게 바꾸어 원나라가 놀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제주 빙떡의 정의
빙떡은 제주도 향토 음식으로 메밀 전병에 삶은 무채를 넣어 돌돌 말아먹는 음식입니다.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서 얼음 빙(氷) 빙떡, 빙빙 말아서 만든다고 빙떡이라 불렸습니다. 제주도 동쪽에서는 멍석처럼 생겼다고 해서 ‘멍석떡’, 서귀포 지역에서는 전기떡, 쟁기떡이라고 부릅니다. 메밀의 독성을 무가 중화시켜 주며, 옥돔구이와 함께 먹어도 별미입니다.
제주 빙떡의 역사와 특징
빙떡을 처음 먹기 시작한 때는 제주도에 메밀이 들어온 700여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탐라(제주도의 옛 지명)는 원나라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속설에 따르면 탐라를 못마땅하게 여긴 원나라의 관료가 제주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소화가 안되고 독성이 있는 작물로 알려진 메밀을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탐라 사람들이 메밀로 빙떡을 만들어 먹으면서 원나라의 계략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메밀을 가루로 만든 다음 소화효소가 풍부한 무와 함께 조리해 먹으니 아무런 탈이 없었던 것입니다.
제주에는 궂은 사람이 없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 때문일까? 기쁜 일이 생기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서로의 마음을 챙겨주는 부조 음식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던 섬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련이 많았던 역사가 제주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주 부조 음식 중에 대표적인 것이 빙떡입니다. 197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이웃이나 친척이 큰일을 당하면 빙떡을 한 바구니 담아 부조하였습니다. 지금은 제사와 모임이 있을 때, 지역 축제 장소에서 주로 준비합니다.
제주 빙떡 만드는법
빙떡의 조리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메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섞어 반죽합니다. 무는 채 썰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익힌 뒤, 송송 썬 실파와 함께 참기름·소금·참깨를 넣고 버무립니다. 이후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메밀 반죽을 국자로 빙빙 돌리면서 얇고 넓게 전을 부칩니다. 양념한 무채를 전의 한쪽에 가지런히 얹어서 돌돌 말고서 가장자리를 손으로 꾹 눌러주면 ‘빙떡’이 완성됩니다.
◈ 만드는 법
1. 빙철(번철. 손 뚜껑)에 돼지기름을 두르고 메밀 반죽을 20cm 정도 크기로 얇게 부친다. 부친 전은 꺼내 대나무 차롱에 펼쳐 식힌다.
2. 양념해 둔 삶은 무채를 메밀 전 위에 올린다.
3. 멍석 말듯 둘둘 만다. 양옆으로 약간의 공간을 남겨두며 다 만 다음엔 양쪽 끝을 살짝 눌러 모양을 잡아준다.
빙떡의 소는 보통 무르지 않게 살짝 삶은 무에 잘게 썬 실파를 뿌린 후 소금, 참깨, 참기름을 뿌려 만듭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팥이나 콩나물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량이 매우 낮습니다. 포만감도 오래가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상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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