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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요리/한국의 전통음식

꿀꿀이죽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구황음식, 갱시기

by 허브마스터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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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참 어려운 시절이 많았습니다. 특히 6.25 전쟁이 일어나 이후에는 그 삶이 비참했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에 자연스럽게 발달한 음식입니다. 요즘이야 냉파(냉장고에 오래된 재료로 음식을 한다)라고도 하지만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음식인 갱시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상북도의 향토음식인 갱시기
경상북도의 향토음식인 갱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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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시기의 정의

 

갱시기는 찬밥에 묵은 김치나 콩나물 등을 넣어서 끓인 음식을 말합니다. 갱시기는 갱식(羹食)에서 나온 말입니다.

 

갱(羹)은 제사상에 올리는 국을 말합니다. 제사를 마친 후 국에다 밥을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을 갱식 또는 갱죽이라 하였는데, 갱식과 유사하게 끓여 먹는다는 뜻에서 갱시기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갱시기는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 준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향토 음식입니다.

 

갱시기는 찬밥, 콩나물, 신 김치, 파, 간장, 소금 등 주로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죽처럼 끓여 먹어서 ‘갱죽’이라고도 불리는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향토음식입니다.

 

 

갱시기의 유래

 

갱시기가 일반적으로 물에 불린 쌀을 끓여 만드는 죽과는 다르게 이미 만들어진 찬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갱시기의 갱이 ‘갱(更)’을 의미할 수도 있으나 그 기원은 제사음식에서 유래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올리는 국을 ‘갱(羹)’이라 하고 밥은 ‘메’라 한다. 제사를 마치면 제사음식을 음복하게 됩니다.

 

경상북도 안동시를 중심으로 하는 경상북도 북부지방에서는 제사상에 진설되었던 각종 나물과 밥을 한데 섞어 비벼서 나눠 먹거나, 국에 밥과 제사상에 올렸던 나물과 고기 등을 넣고 죽처럼 끓여서 먹었습니다. 비벼 먹는 전자로부터는 헛제삿밥과 비빔밥, 죽처럼 끓여 먹는 후자로부터는 갱시기와 같은 전통음식이 유래하였습니다.

 

특히 제사 후 죽처럼 끓여 먹는 음식은 ‘갱식(羹食)’이라 하였는데, 갱시기도 바로 갱식에서 나온 명칭입니다. 즉 제사 때 국과 밥에 나물 등을 넣고 죽처럼 끓여 먹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 갱시기입니다. 다만 갱시기는 제사와는 무관하게 아무 때나 집에 흔히 있는 식재료로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일상식이 된 것입니다.

 

찬밥에 신 김치와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 먹는 갱시기와 같은 음식은 예전에는 매년 봄이 되면 연중행사처럼 찾아왔던 보릿고개와 같이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의 대표적인 구황음식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식구수가 많았던 옛날에는 찬밥과 김치, 콩나물 등을 그대로 먹기보다는 국물에 넣고 끓이면 음식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의 양을 더 늘리기 위해 국수나 수제비 등을 추가로 넣고 푹 끓여 먹기도 하였습니다.

 

뜨겁게 끓여 먹는 갱시기는 날씨가 추워지거나 먹을 것이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 허전한 마음과 빈 속을 달래주는 별미음식이기도 하였습니다. 경상북도 상주시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성석제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갱시기에 관한 추억을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습니다.

 

" 초저녁부터 발 밑에서 얼음이 서걱거리는 이맘때쯤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갱죽’ 또는 ‘갱시기’라고 부르던,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그 무엇이다. 식은 밥과 남은 반찬, 묵은 김치를 썰어 솥에 대충 붓고 물을 넣어서 끓인 음식인데 흔히 말하는 ‘꿀꿀이죽’과 비슷하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거기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저어 먹기도 했다. 반드시 식은 밥이라야 하고 또 반드시 푹 삭아서 쉰 김치, 남은 반찬이라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 맛이 나지 않았다. 뜨거운 갱죽을 후후 불며 한 그릇 먹고 나면 호롱불을 켜야 할 만큼 캄캄해졌고 사랑방에서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라디오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나긴 겨울밤에 더 이상 나올 음식이 없으니 다시 배가 고파지기 전에 얼른 잠을 자는 게 상책이었다."

 

 

갱시기의 변화와 조리법

 

1960~70년대에 들어서는 경제개발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담론이 지배하면서 1970년 이전까지 갱시기는 여전히 주식으로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

 

갱시기를 더 이상 주식으로 삼지 않게 된 것은 1970년대 통일벼의 보급으로 쌀의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갱시기는 추억의 별미가 되었고, 현재는 건강식이나 음주 후 해장음식으로 변모하였습니다.

 

◈ 갱시기의 재료와 조리법

 

● 재료: 찬밥, 김치, 멸칫국물, 파, 콩나물, 간장, 소금

 

● 조리법(매우 간단합니다)

 

1. 멸칫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2. 1에 찬밥과 김치를 썰어 놓고 밥이 퍼질 때까지 은은한 불에서 저어가며 끓인다.

3. 파를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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