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적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아버님이 건네주던 술이 생각납니다. 물론 그때는 음복주라고 해서 차례상에 올랐던 음식과 술을 마셔야 조상님들이 좋아하신다고 해서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항상 명절에는 기분이 묘했던 게 다 그 음복주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소주라고 귀신을 쫓는 술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도소주의 정의
도소주(屠蘇酒)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 이라는 뜻으로 새해 첫날 차례를 마치고 온 가족이 모여 마시던 술입니다. 섣달 그믐에 약재가 담긴 주머니를 우물에 넣었다가 새해 새벽에 꺼내어 청주에 섞어 끓여낸 다음 차게 식혀 만듭니다. 어린아이부터 연장자순으로 동쪽을 향하여 앉아 마시는데 한 해 동안 건강과 악운을 떨치기를 바라며 마시던 술입니다.
도소주의 유례
도소주(屠蘇酒)는 새해 첫날 차례를 마치고 온 가족이 모여 한 해 동안 건강과 악운을 떨치기를 바라며 함께 마시던 술입니다. 이름 그대로 도(屠)는 죽이다, 잡다의 뜻이고, 소(蘇)는 사악한 기운, 술 주(酒)자로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 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 이라는 뜻입니다.
도소주에 대한 우리나라의 문헌 기록은 『동국세시기』, 『고사촬요』, 『동의보감』, 『임원경제지』 등에서 나타나는데, 『고사촬요』와 『임원경제지』에는 중국의 기록과 같이 "대황, 완계, 거목, 계심, 천초, 오두거피 등으로 술을 빚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문헌에 기록된 약재 중 일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지 않는 약재인 것으로 보아, 도소주는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풍속이라 생각됩니다.
또 다른 기록에는 "도라지, 호장근, 대황, 천초, 계심, 천오, 백출을 썰어 베주머니에 넣고 섣달 그믐날에 우물에 담가 두었다가 설날 이른 새벽에 꺼내 청주에 넣고 두어 번 끓인 후, 가족 모두가 동쪽을 향하여 앉아 어린아이부터 연장자순으로 한 잔씩 마시고 그 찌꺼기는 우물 속에 넣어 두고 늘 그 물을 음용한다."라고 도소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재를 우물에 담가 두는 풍습은 마을 사람들이 약효가 우러난 우물물을 다 같이 마심으로써, 질병 없는 마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도소주의 특징
도소주는 술 맛이 달고 부드러우면서 약재의 독특한 향을 띠는데, 어린아이도 쉽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순하며 맛이 좋습니다. 다만, 술 빛깔은 여러 가지 약재를 함께 넣고 끓여내어 맑지는 못합니다.
도소주에 들어가는 약재는 대부분 기운을 돋워주는 약재이거나 피부병, 각기병, 혈관계 질환에 효험이 있는 약재들입니다. 특히 대황과 거피오두가 사용된 점이 흥미롭습니다. 대황과 오두처럼 독성이 있어 함부로 취급할 수 없는 약재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각종 질병과 전염병에 대하여 독은 독으로 치유하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의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참조(오두: 부자라고도 하며 추출액은 예로부터 화살의 독으로 사용했습니다. 주성분인 아코니틴은 중추 신경을 마비시키고 호흡 마비를 일으킵니다.)
도소주는 집에서 빚는 가양주(家釀酒)로, 계피와 여러 종류의 향료, 약재 등을 첨가하는 약주(藥酒) 문화의 발달을 가져왔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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