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마트에 가면 너비아니란 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맛은 있으나 왠지 불고기 맛이나는 햄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본디 너비아니는 궁중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엔 궁중음식인 너비아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너비아니의 정의
너비아니는 얇고 넓게 저민 쇠고기에 양념장을 무쳐 석쇠에 구운 음식입니다. 고기를 너붓너붓 썰었다고 하여 너비아니라고 합니다. 요즘의 불고기와 유사한 음식입니다. 삼국시대와 고려 시대를 거치면서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절제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이 몽골 침입 이후 고기구이 요리가 되살아났고 이것이 너비아니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너비아니의 역사와 조리법
우리나라 전통적인 고기구이는 맥적(貊炙)이란 요리라고 합니다. 맥족이라 불리는 우리 조상이 먹는 고기구이라 하여 ‘맥적(貊炙)’이라 하였습니다. 중국에까지 알려졌던 맥적은 삼국시대와 고려 시대를 거치면서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육식을 절제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가면서 그 맥이 잊혀 갔습니다. 하지만 몽골 침입 이후 육식을 즐기는 몽골인의 영향으로 개성지역에서 설하멱(雪下覓), 설야멱(雪夜覓)이라는 이름으로 고기구이 요리가 되살아났고 이것이 너비아니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요즘엔 불고기와 너비아니를 같은 음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까지도 ‘너비아니’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고, 불고기와는 조리법이 약간 다릅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설하멱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등심살을 넓고 길게 저며 전골 고기보다 훨씬 두껍게 하여 칼로 자근자근 두드려 잔금을 내어 꼬치에 꿰어 기름장에 주무른다. 숯불을 약하게 피워 위에 재를 얇게 덮고 굽되, 고기가 막 끓거든 냉수에 담가 다시 굽기를 이처럼 세 번을 한 후, 다시 기름장, 파, 생강 다진 것과 후추만 발라 구워야 연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산림경제』(1715년경)에도 ‘설하멱적(雪下覓炙)’이 나오는데 “쇠고기를 저며 칼등으로 두들겨 연하게 한 뒤,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서 기름과 소금을 바른다. 충분히 스며들면 뭉근한 불에 구워 물에 담갔다가 곧 꺼내어 다시 굽는다. 이렇게 세 차례 하고 참기름을 발라 다시 구우면 아주 연하고 맛이 좋다”라고 하였습니다.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너비아니는 “연한 쇠고기는 얇게 저미고, 잔칼질로 자근자근 연하게 하여 갖은 양념에 재웠다가 굽는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957년에 발간된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廷料理通攷)』에서는 “안심이나 등심 등의 연한 고기를 될 수 있는 대로 얇게 저며서 칼로 자근자근 다져서 간장과 양념(설탕,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파, 마늘)을 넣고 고루 주물러서 재어 두었다가 식사하기 직전에 구워서 더운 것을 낸다.”라고, 현재 불고기 조리법과 흡사한 방식으로 너비아니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부가정보
· ‘설야멱(雪夜覓)’은 ‘눈 내리는 밤(雪夜)에 찾는다(覓)’라는 뜻이다.
·『규합총서(閨閤叢書)』 - 조선 후기 가정살림에 관해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책
·『시의전서(是議全書)』 - 1800년대 말 편찬된 저자 미상의 조리서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廷料理通攷)』 - 1957년에 한희순, 황혜성, 이혜경 등이 발간한 궁중음식 조리서
·요즘은 양념한 불고기나 갈비보다 양념을 하지 않은 생갈비나 생고기가 인기가 있고 가격도 높습니다. 생고기는 양념에 재우는 고기보다 신선도와 육질이 더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고기를 구워서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을 『조선무쌍신식 요리제법』에서는 ‘방자 구이’라 하여 “연한 고기를 얇게 저며 씻지 말고 그냥 석쇠에 놓고 소금만 쳐서 구워 먹으면 고명한 것보다 더 맛있고 영양가도 높다”라고 하였습니다. "방자(房子)’란 심부름하는 남자 하인을 이르는 말인데, 상전을 모시고 다닐 때 마당이나 부엌 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가 운 좋게 고기 한 점을 얻어 양념도 못 하고 불에 재빨리 구워 먹어서 ‘방자 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라고 합니다.
◈ 너비아니 재료와 만드는 법
● 재료 : 쇠고기(등심 또는 안심), 배즙, 다진 마늘, 간장, 파, 설탕, 잣가루,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 만드는 법
1. 연한 등심이나 안심 부위를 얇게 저며 썬 다음 가로, 세로로 잔 칼집을 넣는다.
2. 양념을 만들어 고기에 켜켜이 넣으면서 주물러 골고루 간이 배게 해 둔다.
3. 재어 둔 고기를 석쇠나 불판에 얹어 고루 익힌다.
4. 그릇에 담고 잣가루를 뿌린다.
참고자료
단행본: 한복진, 한복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2. 서울: 현암사, 2001.
단행본: 한복진. 팔도음식. 서울: 대원사, 1989.
보고서: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한국민속종합보고서. 서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2012.
웹페이지: "너비아니."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n.d. 수정, 2018년 7월 20일 접속
웹페이지: "너비아니." 문화콘텐츠닷컴. n.d. 수정, 2018년 7월 20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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