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은어밥은 현재 남한 지역의 대형하천 중 유일한 청정하천으로 남은 하동의 섬진강 유역에서 잡은 은어로 밥을 지을 때 넣어서 만든 경상남도 하동군의 향토음식입니다. 깨끗한 1 급수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은어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은은하고 독특한 수박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은어와 함께한 경상도의 역사와 문화
경상남도 하동군은 남한 지역의 대형하천 중 유일한 청정하천인 섬진강의 하단 유역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1 급수에만 서식하는 은어, 재첩, 참게 등으로 만든 은어밥, 재첩국, 참게탕이 지금까지도 하동군의 명물 향토음식으로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은어는 경상도의 주강(主江)인 낙동강을 비롯하여 울산의 태화강부터 하동의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경상도 전 지역의 하천에 흔하게 서식하였던 경상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물고기입니다.
경상도 지역의 은어에 대한 기록은 고문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고려 말의 문인이었던 목은(牧隱) 이색(李穡,1329~1396)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상도안렴사(慶尙道桉廉使)가 은어를 보내준 것에 보답하여 지은 시에 “정성스러운 편지로 깊은 마음을 전하니 은어의 눈이 밝게 빛나는구나(素鯉傳心密 銀魚照眼明)”라고 표현을 남겼습니다.
또한 조선을 창업하는데 큰 공적을 세운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은 경상도 안동에 사는 친구가 은어를 보내준 것에 사례하여 지은 칠언절구(七言絶句)에 “영호루 아래에 있는 은어가 천리 길을 전해온 오랜 친구의 편지(映湖樓下有銀魚 千里來傳故舊書)”라는 구절을 남겼습니다.
경상도의 귀한 민물고기, 은어
경상도의 은어는 현대에 들어서 경상도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하천이 오염되어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현재는 섬진강 일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귀한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은어는 맑고 깨끗한 1 급수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민물고기 중에서 가장 깨끗한 물고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민물고기들이 민물 특유의 비릿한 향내를 지니고 있는데 반해 은어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은은하고 독특한 수박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은어는 예로부터 ‘수중군자(水中君子)’ 혹은 ‘청류(淸流)의 귀공자’로 불리며 임금의 수라상에도 오를 정도로 선비 물고기로 대접받았습니다.
요즘과 같이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이지만, 옛날에는 은어를 일컬어 “인간에게 잡혀 죽는 것은 괜찮지만 혹시 상놈의 입에 들어갈까 봐 슬픈 수중군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은어는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물고기였습니다.
하동의 독특한 놀림낚시, 은어를 유혹하는 낚시방법
하동에서는 은어를 잡을 때 기다란 장대로 은어를 낚는 일명 ‘ 놀림낚시’라는 독특한 낚시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은어는 자기의 영역을 침범하는 다른 은어에 대해 텃세를 부리고 공격하는 속성이 강한 물고기입니다.
이러한 은어의 습성을 역으로 이용한 놀림낚시는 은어를 낚기 위한 미끼인 씨은어의 꼬리에 낚싯바늘을 꿰어 은어 떼가 있는 곳에 던지면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은어가 씨은어를 사납게 공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낚싯바늘에 걸린 은어를 낚아채는 것이 놀림낚시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물고기, 은어의 특징과 맛
은어는 은어과의 1년생 담수어로 섬진강에서 부화하여 바다에서 지내다가 이른 봄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물살이 센 맑은 물에서 서식합니다.
성장이 빨라 일년어( 一年魚)라고도 하며 4~5월의 치어는 5~6cm, 7~8월에 25cm 정도로 자라서 9월에 산란 후 죽습니다.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7~9월로 산란하기 전이 좋으며, 특히 제철 중에서도 8월의 은어는 다른 철에 비하여 아르기닌, 라이신, 시스틴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은어는 특유의 수박향이 있어 향어( 香魚)라고도 부르며 부드러운 육질과 향이 있는 독특한 맛을 지닙니다.
맛있는 은어 요리와 그 조리법
맑고 깨끗한 물에 사는 은어는 사실상 버릴 것이 없는 생선으로 다양한 음식으로 이용됩니다.
은어를 이용한 향토음식에는 은어밥 외에도 은어매운탕, 은어소금구이, 은어물회, 은어튀김 등이 있습니다. 은어의 내장은 젓갈을 담아 술안주로 애용하기도 합니다.
또 성장기간과 크기에 따라 조리의 용도가 달라지는데 작은 것은 횟감이나 튀김 등으로 쓰이고, 비교적 큰 것들은 뼈가 굵어서 은어밥에 주로 사용됩니다.
하동에서는 은어밥을 지을 때 수박향을 살리기 위해 은어의 비늘은 긁어내지 않고 내장만 제거하여 깨끗이 씻은 다음 콩나물과 함께 불린 쌀 위에 얹어 밥을 짓습니다.
밥이 뜸이 들으면 은어의 머리와 뼈를 제거한 후 밥 위에 가지런히 얹어 5분 정도 더 뜸을 들입니다. 조리가 완성되면 밥을 그릇에 담고 밥 위에 은어를 얹어 구운 김과 함께 양념장에 비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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