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내고 꼬들꼬들한 상태로 고춧가루와 파, 마늘을 넣어서 무쳐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오이지. 양념을 안 한 상태에서도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고 국물을 이용해 국수를 말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항아리에 담긴 오이지를 꺼내 먹던 기억이 납니다. 민속학적으로 오이지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오이지의 정의와 특징
소금물에 절여 삭힌 오이를 썰어 헹구어서 물에 띄워 냉국으로 먹거나 갖은양념으로 무쳐 먹는 김치입니다.
학술적인 입장에서 용인 오이지와 같은 소금물에 절여 삭힌 오이지는 김치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민간에서 오이지는 오이소박이처럼 담가 먹는 김치가 일반 형태입니다.
소금에 절여 삭힌 오이를 물에 씻어 간기를 어느 정도 빼고 마늘, 설탕, 고춧가루, 참기름 등 갖은양념으로 무쳐 먹는 음식은 김치류가 아니라 서양식 오이 피클과 함께 장아찌로 인식합니다. 오이지의 인식 변화는 채소 절임 음식이라는 한 뿌리에서 기원하여 분화된 김치 및 장아찌와 관련된 한국음식 문화사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줍니다.
오이지의 역사와 활용
오이는 한국 식문화에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 여름철 대표 열매 채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 신라시대에 이미 오이를 왕성하게 먹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오이 기록은 명인들의 탄생설화에서 보입니다.
통일신라 말 고려 초기의 고승인 도선(道詵)의 어머니가 처녀일 때 냇가에서 떠내려 오는 잘생긴 오이 하나를 건져 먹고 태기가 생겨 낳은 아이가 도선이었다고 합니다.
오이와 남자 성기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서로 유감해 생식을 상징하게 됐고, 오이 꿈은 아들을 밴 징조로 해석되었습니다.
광주광역시 신창동에서 발굴된 기원전 1세기경의 생활유물 가운데 오이씨가 적잖이 발견되기도 하여 오이의 전래 시기가 삼국시대 이전일 가능성도 고려됩니다.
조선 후기 문헌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마늘, 생강, 고추, 부추 등 양념을 넣어 만드는 황과저법(黃瓜菹法), 황과함저법(黃瓜鹹菹法) 등의 오이지와 비슷한 김치가 기록되어 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지금과 같이 소금에 절이는 오이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용인 오이지는 조선시대의 고조리서에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경기도 지역 향토 음식입니다.
『증보산림경제』에 용인담과저법(龍仁淡瓜菹法),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용인황과저법(龍仁黃瓜沈菹法)에 관해 각각 기록돼 있습니다.
『부인필지(婦人必知)』에는 “황과(黃瓜)를 꼭지 없이 깨끗이 하여 항아리에 넣고, 맑은 뜨물과 냉수를 합하여 소금을 타서 항아리에 부어 두고 이튿날 물을 따라 한소끔 끓여서 차게 식혀 붓는다. 그렇게 하기를 예닐곱 번 되풀이하면 맛이 썩 좋다.”라고 용인외지법에 관해 기록하고 있어 용인 오이지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으며, 그 조리법이 오래전부터 정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용인 오이지는 특히 7~8월이 제철인 오이를 이용하고, 쌀뜨물과 찬물을 함께 넣어 만든 소금물에 오이지를 담그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이가 맛이 들면 꺼내어 국물과 함께 먹습니다. 용인 오이지가 유명한 이유로 농산물 집산지인 용인에 오이가 집산되었거나 용인에서 오이를 토산식품의 하나로서 생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이지는 한여름에 시원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국물 김치로, 입맛을 돋워 줍니다. 먹다 남으면 그대로 골마지 낀 소금물에 담가 두지 말고 씻어서 물기를 수득하게 말립니다. 오이지 장아찌라고 하는 장아찌로 담그면 사철 유용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됩니다. 오이지를 썰어 헹구어서 물에 띄워 먹거나 둥글게 썰어 물기를 꼭 짜서 양념에 무쳐 먹습니다.
참고문헌
규합총서(閨閤叢書), 부인필지(婦人必知),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김치 천년의 맛(김만조·이규태·이어령, 디자인하우스, 1996),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김치 백가지(한복려, 현암사, 1999), 전주지역 장아찌의 종류와 이용, 그리고 변화(조숙정, 전주학연구10, 전주역사박물관, 2016),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향토음식(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84), 한국음식대관4(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림출판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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