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겨울 음식을 포스팅하면서 매생이와 굴에 대해 여러 번 다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가 막힌 조합이 있는데도 아직도 포스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듭니다. 맛있고 영양가 높은 우리의 전통음식인 매생이굴전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음식입니다. 자 오늘 저녁은 막걸리에 매생이굴전 먹어 보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매생이굴전
이탈리아에 피자와 와인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부침개와 막걸리가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제철 식재료를 버무려 달군 프라이팬에 넓게 펴서 튀기듯 구워 내면 고소한 향이 퍼지며 입맛을 돋우는 노르스름한 전이 완성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재료인데, 지역마다 가장 자신 있는 특산물을 넣어 차별화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가면 매생이와 굴을 넣은 매생이 굴전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미역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비교적 덜 알려진 매생이는 실처럼 가늘고 부드러워서 밀가루 반죽에도 잘 섞여 호떡이나 전류에도 잘 사용되는 해조류입니다.
매생이로 전을 튀겨내면 특유의 향이 꽤나 많이 나는데, 밀가루의 풋내나 기름냄새까지 잡아주는 역할을 하여 음식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을 냅니다.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전 요리
필자가 외국 호텔에 근무할 때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 셰프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한국 음식문화를 소개해주는 자리였는데, 막걸리를 두고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라고 알려주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해물 파전과 김치전을 설명하는 데에서 말문이 턱 막혀버렸습니다. 이때 불현듯 머릿속을 스친 것이 피자였습니다. 와인과 피자를 먹는 것처럼, 막걸리에 파전은 영혼의 단짝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밀가루에 계란을 풀어 반죽을 만들고 원하는 재료를 넣어 기름에 살짝 구워 내면 그게 한국식 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양인들이 각 나라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갖가지 식재료를 넣고 피자를 구워 내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그때그때의 제철 재료를 밀가루 반죽과 함께 버무려 튀기듯이 구워 내 전을 만듭니다. 파가 많으면 파전을, 부추가 남으면 부추전을, 해산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해물전을 즐겨 먹습니다. 따라서 전의 종류는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김치전에 막걸리 한 사발 하는 이유는 각 가정마다 담가 놓은 김치 한 포기쯤은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특별식, 매생이굴전
물론 이렇게 일상적인 전도 있지만, 특산물을 넣어 아주 특별하게 튀겨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있습니다. 해산물의 천국이라고 일컫는 제주도에는 독특하게도 매생이를 활용해 밀가루와 함께 반죽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 굴을 얹어주면 매생이 굴전이라는 제주도 별미가 탄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이라고 하면 노르스름한 색깔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매생이 굴전은 반죽부터 매생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초록빛을 띱니다.
동양의 의학이 서양을 앞서고 있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해조류는 오랫동안 밥상에 오르던 것이었지만 그 외의 권역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해조류를 먹는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매우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우 오래전부터 해조류의 영양을 깨달았었습니다.
당나라 문헌에 보면 “고구려 사람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건강 회복에 해조류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과학이 밝혀낸 미역국의 영양소에는 풍부한 철분과 칼슘, 그리고 옛날에 우리가 ‘요오드’라고 불렀던 아이오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해조류의 영양은 최근 유럽과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도 그 중요성을 깨달아 영양제나 식품에 포함시키고 있을 정도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매생이와 굴은 천생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역 못잖게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바다 영양소의 보고로 불리는 매생이와 겨울 보양식인 굴을 함께 넣어 만드는 매생이 굴전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재료는 음식 궁합도 잘 맞는데, 두 재료 모두 겨울을 제철로 하며 서로가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하기 때문입니다. 맛 또한 훌륭합니다. 반죽에 매생이를 넣기 때문에 일반 파전보다 밀가루가 덜 들어가고 향긋하고 깔끔한 맛이 날 뿐만 아니라, 먹은 후에도 속이 편안하여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사람들도 매생이굴전은 곧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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